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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부탁하기 전에

KBS ‘하룻밤을 재워줘’, 현지인들의 삶에 밀착한 예능 기대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4.16 15: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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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KBS <하룻밤만 재워줘>를 보다보면 차려진 요리는 많긴 한데 딱히 손이 안가는 결혼식장 뷔페에 서 있는 심정이다. 다양한 콘셉트와 소재가 버무려져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된 맛을 내는 정성들인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유행하는 해외여행 예능에다가 전혀 모르는 일반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청한다는 기본 설정은 JTBC <한끼줍쇼>를 연상시키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한국을 알린다는 점에선 tvN <윤식당>이 떠오른다. 고정 출연진인 이상민과 김종민은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예능선수들이다.

익숙한 코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그냥 ‘있을’ 뿐이라는 데 있다. 많이 제기되었던 민폐 논란이나 진부하단 평가를 떠나서라도, 기획한 포부와 달리 너무나 쉬운 방식으로 방송을 만들어간다는 데서 누수가 발생한다.

새로운 형태의 토크쇼라 할 수 있는 <한끼줍쇼>처럼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친근한 스킨십이 없고, 어떻게 현지 사회에 들어갈지 고민한 <윤식당>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버스킹이란 목적이 있는 JTBC <비긴어게인2>와 달리 해외에서 굳이 하룻밤을 청해야 하는 당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현재 방송하는 모든 여행예능 중 가장 준비 없이 비행기를 타고 일단 날아간다.

▲ 오는 17일 방송 예정인 KBS <하룻밤만 재워줘> 예고 화면.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이자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인기 여행지다. 세계적인 축구도시이며 건축가 가우디의 유산이 가득한 공간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이슈인 카탈루냐 지방 독립 운동의 중심지다. 스스로를 스페인 국민이라 말하지 않고, 언어도 다른 바르셀로나 주민들의 삶속에 들어가 하룻밤을 청한다면서 최소한 이런 국제 정세와 문화 소양은 교양 차원에서 알고 있어야 했다.

허나 그들이 그토록 카메라 앞에서 계속 꺼내려는 분리 독립에 대한 이야기는 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언어와 문화적 무지가 가져온 일종의 콘텐츠 공백 현상이다. 우선 언어 소통이 안 되는 데다 바로셀로나에 대한 제반지식이나 접근이 한국에 온 외국인이 ‘강남스타일’을 안다고 말하는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계다.

이런 지점에서 <하룻밤만 재워줘>의 기획의도가 가진 깊이와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설정 자체는 오늘날 새롭게 떠오르는 ‘머무는 여행’, 현지인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여행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작위적인 방송 문법의 답습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어 우여곡절을 겪고, 어설픈 콩글리시로 웃음을 유발하는 예능 콘셉트는 너무나 구식이다.

여행지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런던의 유명 편집자 폴토틸이나 스페인의 유명 배우 부부 등 호인(혹은 유명인)을 만나고, 극적으로 하룻밤을 재워줄 사람을 만나 한식을 대접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류하는 스토리 구조는 지구촌과 세계화라는 용어를 널리 알리던 문민정부 시대의 감성이자 방식이지 오늘날의 것이 아니다.

<하룻밤만 재워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는 분명 있다. 그곳 사람들은 어떤 고민과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꾸미지 않은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체험이고, 그곳에서 산다고 해도 현지인의 커뮤니티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우리는 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런던에서 만난 캐런과 디렉과의 한끼 식사를 나누며 런던의 살인적인 주거비를 체감하고, 평범한 런던 직장인들의 꿈이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과 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오늘날 대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공감대를 나눴다.

허나 여기서 더 나아갈 지점이 분명 존재했다. 그들은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 궁금증을 표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상민과 조재윤이 준비가 안 되었거나 조심스러워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교류’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다른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어느 도시의 누구 집에 가든 주고받는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한식에 대한 찬사와 매운맛에 대한 충격적인 반응, 반갑고 신기하고 따뜻한 분위기만이 반복된다.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어려운데다 해당 국가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사람 사는 이야기나 살아 있는 교양 지식을 엿보는 장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일반적인 결론과 볼거리에 머물게 된다.

박서준처럼 식당 회화 정도는 준비해가는 준비성이나 <비긴어게인>팀처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멤버들로 꾸려진 게 아니다보니, 새로운 볼거리는 전혀 찾을 수 없는 탓이다. 더 나은 평가와 반응을 원한다면 물과 기름처럼 안 맞는 기획의도와 방법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해외에서 언어 문제로 고생고생하며 하룻밤 잠자리를 구하는 미션 수행과정에 방점을 둔 전형적인 예능 에피소드에 머물지, 해외 문화와 일상을 간접 체험하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적 재미와 로망을 자극하는 새로운 볼거리를 나아갈지, 하룻밤을 부탁하기 전에 그 결정부터 하고 집을 나서야 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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