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성평등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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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원 모니터링 결과, 예능·오락 프로그램 33편 일주일 동안 성차별적 내용 56건... 방송 심의 요청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적한 TV 예능·오락 프로그램 속 성차별적 내용 사례 ⓒ KBS, SBS, MBN

[PD저널=이미나 기자] "예쁜 것 같다 하는 분들은 앞으로 앉아 주시고, 난 좀 아닌 것 같다 하는 분들은 뒤로 자리를 좀 바꾸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케이블 채널 A 프로그램 남성 출연자의 발언 중)

"적어도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어요. 정책이 발표되면 바로 다음 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서 단합행동을 해요.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해요." (종합편성채널 B 프로그램 남성 출연자의 발언 중)

국내 방영 중인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여성을 대상화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아래 양평원)은 19일 "TV 예능·오락프로그램의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의 8배에 달한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모니터링은 지난 3월 1일부터 7일까지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 예능·오락 프로그램 33편을 대상으로 했다.

모니터링 결과 성평등적 내용이 7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성차별적 내용은 이보다 8배 많은 총 56건으로 집계됐다. 양평원은 이를 두고 "전년도 7월 모니터링에서 집계된 성차별적 내용(19건)과 비교해도 3배 가량 늘었다"며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중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28건으로 성차별적 내용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외모지상주의 조장(9건), 여성의 주체성 무시/남성 의존성향 강조(7건) 등이 뒤따랐다.

특히 성희롱 등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내용도 있었다. 지상파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인 상대방의 동의 없이 남성 출연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신체를 만지는 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케이블 채널의 또 다른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출연자에게 "방이 그렇게 많다며, 지방이 이렇게 많은데", "닭고기방, 여기는 소고기방, 여기는 돼지고기방, 얼굴은 오서방이네"라며 조롱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양평원은 "최근 성차별·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자정노력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차별·성폭력 내용이 프로그램 소재로 이용되어 합리화 또는 정당화되지 않도록 방송사 및 제작진의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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