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마스크, 영화음악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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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마스크, 영화음악의 역할
에두아르의 예술적 재능 다양한 오브제로 표현
  •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 승인 2018.04.25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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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신지혜의 영화음악>진행]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에두아르는 스케치를 하고 있다. 이 전장에서 우정을 나눈 알베르와 부하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전쟁광 프라델 중위의 모습을 빠르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종전을 눈앞에 두고 프라델 중위는 교묘하게 전투를 일으키고 그 전투에서 에두아르는 알베르를 구하고 자신의 얼굴 일부를 잃고 만다. 생명을 빚진 알베르는 온갖 머리를 짜내 에두아르를 구해내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에두아르는 아름답고 추하고 기묘하고 신비한 마스크들을 만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 때론 알베르를 괴롭히고 때론 알베르를 감동시키면서 자신의 시간 속에 틀어박힌다.

하지만 운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에두아르를 중심으로 이런 저런 인연들이 얽히고설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에두아르. 엄청난 권력과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많은 것이 보장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뒤를 잇기 바라는 아버지를 떠난 그는 전장에서 얼굴을 잃고 타인의 삶을 얻는다.

영화는 잃어버린 얼굴의 일부를 마스크로 가리고 세상을 조롱하려는 에두아르를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알베르의 진술로 전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알베르의 시선에서 에두아르와 그의 재능, 그에게 일어난 일, 그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우리는 에두아르를 더 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영화 <맨 오브 마스크> 스틸컷.

<맨 오브 마스크>는 한마디로 정말 매혹적이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마지막 컷 까지 단 하나의 장면도 놓칠 수 없다. 어떤 조짐도 어떤 암시도 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꽉 움켜잡은 채 다음 장면으로 데려간다. 앞선 장면에 왜 갑자기 이 장면이 들어오는지 조금 의심스러워지는 순간 바로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촘촘하고 탄탄하게 짜인 장면들은 어느새 관객들의 마음을 몰입시키면서 마지막 장면으로 달려간다.

몇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지속적으로 서로 이런 저런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관계는 누군가에겐 불리해보이고 누군가에겐 유리해보이지만 이 또한 가볍게 밀쳐내면서 영화는 제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객들을 무작정, 억지로 끌고 다니는 영화는 아니다. 능수능란하고 교묘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해야 할 이야기를 가장 완성도 높게 전해준다.

이야기가 한 지점으로 모아지는 종반부. 아름다운 마스크를 쓰고 아버지와 만나게 된 에두아르의 눈은 너무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장면은 글자 그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켜쥔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여운이 쉽게 가실 리 없다. 이토록 아름답고 흥미진진하고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영화가 있다니. 사실 올 초부터 좋은 영화들로 많은 감동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근래 수 년 간 본 작품 중에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에두아르의 예술적 재능과 다양한 마스크라는 오브제로 이야기의 전개와 감정이입 그리고 볼거리가 상당부분 채워지지만 그와 함께 이 작품은 음악과 색을 기가 막히게 사용하고 있다.

영화 전편에 걸쳐 흐르는 니노로타, 엔니오 모리코네, 플레처 핸더슨의 음악이 장면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면서 알베르의 이야기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영화음악은 본디 영화의 장면을 잘 받쳐주고 장면과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맨 오브 마스크>의 음악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훌륭하다.

그리고 에두아르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인 각양각색의 마스크는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데 거기에 영화 곳곳에 드리워진 색은 이 작품을 하나의 예술로 감상하기에 충분하게 만들었다.

원작 <오르부아르>를 아름답고 훌륭하게 각색하고 연출한, 극 중 화자의 역할까지 해 낸 알베르 뒤퐁텔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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