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실적 호조와 공영방송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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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PD저널=정성욱 미디어연구소 봄 대표/전 KBS PD] 지난 4월 2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구글 모기업(알파벳) 2018년 1분기 실적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 국내 공영방송의 건강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24% 증가한 266억 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이 73%—2009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증가한 94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런 실적은 전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의 압도적 위상을 선명히 부각해주는 것이라 한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광고를 비롯한 온라인 광고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봄 옛 직장(KBS) 선배의 자제 결혼식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모처럼 보며 들은 이야기 중에도 광고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 있었는데, 저 기사를 보면서 광고에 재원을 크게 의존하는 국내 공영방송의 건강을 걱정하게 된 것도 그때 들은 광고 수입 축소 이야기에 촉발된 바 크다.

방송 광고와 온라인 광고를 비교하면 두드러져 보이는 차이 하나가 광고에 쓴 돈이 광고 대상의 매출 증대 효과로 돌아오는 경로가 얼마나 잘 보이느냐를 둘러싼 것인데, 이런 경로의 핵심적인 길목을 비추는 데이터가 시청률(청취율도 함께 지칭) 데이터, 광고 노출 데이터다. 소비자가 광고에 노출되지 않고서는 광고주가 원하는 소비자 행동이 그에 촉발되어 일어나는 사태를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 효과를 가늠할 때 건너뛸 수 없는 절차가 노출 규모를 재는 것이다. 즉, 광고 노출 데이터는 효과적인 광고 계획과 평가에 필수적인데, 여기서 도출되는 명제가 온라인 광고의 등장으로, 방송 광고의 매출을 지키는 데 한층 중요해진 것이 시청률 데이터의 질이라는 것이다.

이는 광고에 재원을 의존하는 공영방송을 지키는 데도 시청률 데이터의 질이 중요해졌다는 뜻인데, 도식적으로 말해, 서로 다른 광고 매체에 대해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같은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게 되었다면, 불확실성이 작은 쪽이 더 자주 선택될 터이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광고로 유발하기를 원하는 소비자 행동이 모종의 특징을 공유한 소비자들의 선택이기 십상인 만큼 이런 특정 소비자 집단 이외의 인구에 대한 광고 노출은 낭비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아가, 원하는 소비자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시점 내지 조건에 때 맞춰 하는 광고가 이런 가능성에 대해 무차별적인 경우보다 선호될 것이다.

이런 비교 우위는 저 보도로 접한 구글의 광고 실적 호조를 뒷받침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필자가 얼른 떠올린 것들인데, 여기에 대해 국내 공영방송의 건강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제언이 시청률 데이터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겠다. 시청률 데이터의 질이 좋아지면 광고주에 따라 달라지는 표적 소비자 집단에 보다 한정적으로 접근하는, 불확실성을 낮춘 방송 광고 기회의 경제적 조합을 정밀하게 찾아내는 일이 용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공론장의 건강한 경제적 토대를 위해서도 여러 유익한 제언을 품고 있는, 시청률 분야의 표준적 교과서임에도 한국어로 옮겨지지 않아 오래 안타까워 하다가 국내 문화산업의 인프라 확충에 기여해보겠다는 충정으로 번역에 나섰던 책이 <시청률 분석: 수용자 측정과 분석법>인데, 시청률 데이터에 관한 저 제언도 이 책으로 시청률에 관해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면 떠올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온라인상 서버 중심 수용자 측정을 본격적으로 해설한 개정판(제4판)의 한국어 졸역본이 작년 가을에 나온 이 책은 신구 미디어가 교차하는 현장에서 광고나 편성에 관여하고 있는 실무자나 미디어 기업 경영진은 물론이고 미디어 기업을 규제하거나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이들에게까지 두루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지만, 재원 조달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공영방송의 건강을 잘 지키려면 알아야 할 정보도 담고 있는 만큼, 시청자의 주목을 놓고 유튜브와도 경쟁하게 된 국내 공영방송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데도 쓸모가 있을 터이다. 간단히 축약하자면, 시청률로 대표되는 수용자 주목의 크기에 따라 배분될 제 몫을 보고 콘텐츠를 만들어 많은 수용자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 미디어가, 책 17쪽에서 인용하건대, “공적인 의제를 결정하고 우리가 그 안에서 숨 쉬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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