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난장', 이 날만 기다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 재개한 광주MBC '난장' 녹화 현장, 뮤지션들 "단비 같은 무대, 오래 갔으면"

▲ 6일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스튜디오에서 신현희와 김루트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문화콘서트 난장> 

[PD저널=이미나 기자] "내 뭔가가 없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짜잔' 하고 나타나서 행복합니다!"

지난해 '오빠야'로 음원차트를 역주행한 '신현희와 김루트'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한동안 활동을 쉬었던 밴드 '로맨틱펀치'의 보컬 배인혁이 두 말 없이 오른 무대.

지난 6일 광주MBC에서 펼쳐진 이 무대의 의미는 특별했다. 2017년 재정적 이유 등을 문제로 폐지됐던 <문화콘서트 난장>(아래 <난장>)이 약 1년 만에 긴 침묵을 깨고 다시 기지개를 켜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부활 소식에 <난장> 녹화장 앞에는 오후 1시부터 방청객이 찾아왔다. 요란하게 <난장>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알고 녹화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30분까지 180여 명의 방청객이 번호표를 받아갔다.

가깝게는 광주에서, 멀리는 서울서 찾아온 이들은 <난장>과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울서 온 한지선(30)·곽소라(34)·김다영(29)씨와 전주에서 찾아온 이나라(36)씨가 바로 그랬다.

"<난장>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뮤지션 팬들끼리 연락을 돌려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했던 기억이 난다"던 이들은 "'다시 언제 방송을 할 수 있는 거지' 늘 궁금해 하고 있었다”며 <난장>의 부활을 반겼다.

로맨틱펀치의 팬들인 이들에게 <난장>은 소중한 무대였다. 이들은 "TV에서는 아이돌이나 힙합 음악을 위주로 방송하지 않나"라며 "<난장>은 다양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 입장에선 본인을 알릴 수 있고, 음악 팬들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 6일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스튜디오에서 본 녹화를 앞둔 로맨틱펀치 배인혁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문화콘서트 난장>
▲ 6일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스튜디오에서 본 녹화를 앞둔 문정후가 리허설을 하고 있다. ⓒ<문화콘서트 난장>

"2주에 한 번씩 '열정'으로 서울-광주 왕복"

같은 시각, 스튜디오 안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밴드 뷰렛의 보컬이자 최근 솔로 앨범을 낸 가수 문정후가 편안한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리허설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40여명의 제작진은 무대 안팎을 분주하게 오가며 음향과 조명과 카메라를 점검했다.

이렇게 손발이 잘 맞는 이유가 있다. 2007년 <난장>을 처음 기획하고 만들었으며 폐지 이후에도 <난장>의 이름을 지켜오기 위해 버스킹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던 김민호 PD는 "길게는 10년 넘게, 대부분은 7~8년 이상 함께 일해 왔다"고 설명했다.

<난장>이 폐지된 후 잠시 흩어졌던 제작진은 부활 소식에 한달음에 광주로 달려왔다. "올해로 <난장>에 참여한 지 8년 정도 됐다"고 소개한 최윤녕 음향감독은 이날도 이른 아침 서울에서 광주로 왔다. "<난장>을 다시 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2주에 한 번씩 서울과 광주를 왕복한다. 열정과 애정이 없으면 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리허설을 마친 제작진은 익숙한 듯 광주MBC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구내식당에선 <난장> 녹화일이면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일하라'는 의미로 으레 제육볶음이 나왔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새빨간 제육볶음이 상에 올랐다.

일찌감치 스태프와 눈인사를 나누고 리허설 현장에 자리한 대학생 이현근(25)씨도 제법 빠릿하게 식판을 들고 이리저리 음식을 받더니 이 제육볶음을 보곤 "오랜만"이라며 반가워했다. 이씨는 <난장>을 사랑하는 팬들로 구성된 <난장> 서포터즈 출신이다.

이씨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난장>과 관련된 곳이면 모두 찾아다니면서 서포터즈로, 제작진으로 일손을 보탰다. 한정된 예산에, 적은 제작진 규모로 프로그램을 꾸려간 <난장>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민호 PD는 "<난장>과 함께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일당백'일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이현근 씨는 "<난장>은 현실의 고민은 잠시 떨쳐두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 6일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스튜디오에서 공연 중간 사전MC가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콘서트 난장>

"뮤지션들에게 <난장>은 단비 같은 존재"

오후 6시 30분이 넘어 시작한 녹화는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오후 8시에 시작한 <뉴스데스크>에 맞춰 20여 분간 녹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난장>에서 나는 소리가 <뉴스데스크> 생방송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방청객들은 누구 하나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았다. 객석이 따로 없이, 무대 앞에 서거나 뒤편에 자유롭게 앉은 관객들은 녹화 시간 내내 몸을 흔들거나 환호하며 공연을 즐겼다.

광주에 살고 있다는 최솔(28)씨와 이상욱(27)씨는 "<난장>에서 주로 공연하는 음악이 '주류'가 아니다 보니 접하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있는 기회도 수도권 중심이지 않나"라며 "그런 의미에서 <난장>은 새로운 음악을 발굴할 수 있는 장"이라고 말했다.

광주MBC의 생활정보프로그램인 <생방송 빛날>의 제작진도 이날 방청객 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며 촬영했다. 오랜만에 떠들썩해진 일터의 분위기가 새로웠던 듯, 카메라를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던 손성의 VJ는 "<난장>은 (광주MBC의) 자부심"이라는 한마디로 속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랜만에 <난장>을 찾은 뮤지션들도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과거 <난장>을 진행하기도 했던 문정후는 "한국서 유일무이하게,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해 나갈 수 있는 뚝심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신현희는 "<난장> 제작진이 정말 음악과 무대를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며 "그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루트도 "<난장>은 우리에게 뜻깊은 방송이고, 추억과 기억이 될 곳"이라며 "앞으로 <난장>이 불러주면 당연히 올 것"이라고 했다.

밴드 '차가운 체리'의 김빨강이 녹화가 없는데도 현장을 찾아 김민호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는 <난장>을 통해 광주MBC와 인연을 맺었고, 잠시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광주 지역 청취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김빨강은 "우리 뮤지션들에게 <난장>은 단비 같은 존재다. 다시 하게 돼서 다행"이라며 "지금도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는 만큼 <난장>이 이들을 소개해 주는 방송으로 오래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6일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스튜디오에서 밴드 위아더나잇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문화콘서트 난장>

지속 가능한 <난장>을 위한 고민

모두의 바람은 한결같지만, 관건은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느냐다. <난장>의 폐지를 결정했던 당시 광주MBC 경영진은 콘텐츠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김민호 PD는 "아예 <일밤-복면가왕>처럼 음악 경연 프로그램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밴드 '로맨틱펀치'의 배인혁도 "운영이 힘들 텐데도 그 어려움을 다 이기면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감사한 일"이라고 평했다.

출연하는 인디 뮤지션의 무대 밖 장면을 담거나, 라이브 음원 발매를 고민하는 등 자가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송일준 광주MBC 사장은 "<난장>을 제작하지 않으면 (제작) 비용을 절감해 수지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결국 지역MBC가 사양길에 접어드는 일"이라며 "다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방안은 제작진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난장> 녹화에서도 소형 카메라를 든 제작진이 리허설 현장과 분장실 등을 다니며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인혁은 "이렇게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고, 그러다 보면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문정후 역시 "막연하게 영원히 할 것 같은 <난장>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활발히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걱정보다는 돌아온 <난장>을 축하하는 일이 먼저다. 녹화를 마친 제작진과 김빨강, 그리고 신현희와 김루트도 자리를 옮겨 첫 녹화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날 뒷풀이는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이어졌다. 

배인혁과 문정후, 밴드 '위아더나잇', 그리고 '신현희와 김루트'가 출연한 <난장>은 오는 28일 오후 11시 5분에 다시 닻을 올리고 항해에 나선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