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이미나 기자] KBS가 내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돌연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피해 호소인인 A씨에 따르면 KBS는 A씨에게 지난달 30일 "소송 중인 사안이 어떤 식으로든 종료될 때까지 감사를 진행하지 못한다"고 통보해 왔다.
A씨는 <PD저널>에 "감사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것으로, 소송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가 말하는 '소송'이란 이 사건의 가해지목인인 B 기자가 A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을 가리킨다.
앞서 A씨는 지난 2월 실명으로 SNS에 2012년 KBS에서 근무할 당시 B 기자가 자신을 성추행했고, 이후 B씨를 포함한 KBS 소속의 여러 기자로부터 2차 가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관련기사: '미투' 동참한 KBS, 6년 전 내부 성폭력은 '쉬쉬')
이후 B 기자는 이 글이 게재된 지 한 달 뒤인 지난 3월 허위사실 및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A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KBS는 사건이 처음 알려진 당시에는 "회사 차원에서 사실 관계를 철저히 파악하기 위해 이미 감사에 착수했다"며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 기자가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KBS가 뒤늦게 소송을 이유로 감사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입장에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를) 미루려는 전형적인 양상"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공정성을 강조하는 공영방송사로서 KBS는 직장 내 성폭력에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감사를 미룰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