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뜻밖의 Q’,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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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뜻밖의 Q’,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예능 트렌드 벗어난 틈새 전략 선택했지만...시청자 설득 못한 퀴즈쇼 그쳐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8.05.14 11: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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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MBC <뜻밖의 Q>는 어쩌다보니 홍대나 강남, 명동처럼 가장 목 좋은 상권에 부담스런 권리금을 주고 들어간 어느 사장님의 고민을 지켜보는 듯하다. 정공법으로는 스타벅스 등과 경쟁이 어려울 것 같으니 나름의 틈새 전략I으로 문을 열게 된 전통 다방을 보는 기분이다.

개업 행사도 차별화된 홍보 전략이나 장점을 부각하는 대신 나레이터 모델을 기용해 시끌벅적하고 익숙한 이벤트로 진행한다. 번화가의 실내포차들처럼 일부러 70~80년대 복고풍 콘셉트를 잡았음을 드러내기 위해 요즘 카페에서 유행하는 메뉴들을 가져다 놓고, 궁서체 등으로 ‘사장님이 미쳤어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싼 집’ 등의 현수막을 내걸어 자조적 유머와 발랄함을 곁들인다.

풀이를 해보자. 여기서 부담스런 권리금이란 <무한도전>의 후속이란 뜻이다. 제작발표회나 각종 인터뷰에서 제작진과 MC들 모두 기회가 될 때마다 <무한도전>의 자리에 편성되는 첫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 최행호 PD가 기존 멤버 혹은 새로운 멤버로 <무한도전> 시즌2를 담당하게 될 것이란 뉴스도 퍼졌다가 새로운 프로그램 론칭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무도>와 비교는 피할 수 없다.

정공법이란 요즘 예능 트렌드인 관찰 예능 형식의 캐릭터물이다. 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제작방식인데, 사실 여행‧가족‧1인 가구 등의 소재로 쏟아지고 있어 피로도도 알게 모르게 쌓여가는 중이다.

소도시 버스터미널 앞에 있을 법한 전통 다방이란 이런 흐름에 반해 아예 우회 전략으로 복고풍 예능을 내놓는 경향을 뜻한다. 성공 여부와 별개로 tvN의 <놀라운 토요일>과 <뜻밖의 Q> 등 노래 제목이나 가사를 맞추는 전통적인 스튜디오 퀴즈쇼가 주말 프라임타임에 연이어 편성된 것은 흐름상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방송가에서 가장 익숙한 개업행사는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아이돌을 여럿 출연시키는 것이다. <무한도전>처럼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내고, 요즘 TV를 위협한다는 유튜브를 갖고 들어온 선택은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은 현수막이라 할 수 있다.

▲ 지난 12일 방송된 MBC <뜻밖의 Q> 화면 갈무리. ⓒMBC

그런데 <뜻밖의 Q>는 유튜버들을 예능 진행에서 색다른 볼거리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여전히 지상파 TV를 메이저 플랫폼으로 여기고 언더그라운드를 내려다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식 접근이다. 젊은 감각을 드러내고 싶지만 제대로 체화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보니 자조적 유머, 인터넷 유행어 등으로 적극적인 피드백을 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한 걸음 더 물러서서 거리를 두려고 한다. 누군지 아직 알아가기도 전인데 너무 빨리 친한 척을 한 거다.

요즘 시청자들 입장에서 다소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예능을 론칭한 틈새전략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결정적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할 메뉴가 없다. 1시간 20분간 노래 제목이나 가사 맞추는 데 몰입하기 만들기 위해선, 세대 차이나 감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설득을 해야 한다.

인기 유튜버를 활용하든, 출제 문제의 가수가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르든, 음악성을 인정받은 칵스의 편곡을 즐기든, <가족오락관>과 같은 퀴즈쇼 무대에서 <놀러와>같은 오붓한 토크쇼 형태로 스튜디오 콘셉트를 바꾸든 왜 우리가 이 퀴즈를 풀어야 하는지 시청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없다. 문제가 있으니 풀고, 지켜보라는 일방통행이다.

피드백을 언급하는 것은 포장에 지나지 않다. 친밀함은 시대성을 반영한 유튜브나 유행어를 활용한 재기발랄한 자막이나 CG가 아니라 퀴즈를 풀어야 하는 당위와 그 과정에서 어우러지는 화합에서 나온다. 지금 형태로는 지상렬이나 딘딘 등의 활약에 기댈 수밖에 없다.

1회는 스스로도 방송 사고라고 규정할 정도니 제외하고, 지난 12일 방송된 2회는 <놀러와>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해피투게더> 같았다. 토크를 위한 퀴즈인지, 퀴즈를 위한 토크인지도 불분명한 토크쇼와 퀴즈가 나열된다. 상황판도 없어 누가(어느 팀이) 현재 1등인지 시청자들이 알기도 쉽지 않다. 개인기가 중요한 토크쇼의 형태인데, 1시간 20분간 기승전결이 없이 계속해서 퀴즈의 풀이만 이어진다.

트렌드를 거부하는 용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씨앗이 된다. 그러나 출연자의 입에서 ‘이걸 왜 맞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이없음만을 강조하는 퀴즈쇼가 줄 수 있는 재미란 무엇인지, 트렌드의 맥락을 뒤틀 무엇이 있을지 의문이다. 특별한 이야깃거리도 없다.

이런 퀴즈쇼가 갖는 재미, 즉, 오늘날 예능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복고’의 전략이 무엇인지 하나둘 나오고 있는 스튜디오 예능을 보면서 묻고 싶어진다.

단순히 다른 것만 가지고는 전략을 세울 수 없다. 과거의 것을 복원만 하는 형태는 더더욱 그렇다. <뜻밖의 Q>는 연출의 미스가 아니라 과거의 방식을 가져와 현재 유행하는 몇 가지 토핑만 얹으면 새로운 메뉴가 될 것이라 생각한 나이브한 접근 방식부터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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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2018-05-14 20:21:52
무한도전도 처음엔 재미없었고 시청률도 안좋아서 멤버 자주바꾸고 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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