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방송 사고, 의심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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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영상 사용으로 물의 빚은 방송사들 ..."가이드라인 확립, 제작진 교육 뒤따라야”

[PD저널=김혜인 기자] 방송사들이 부적절한 영상을 방송에 사용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거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한 화면을 사용해 물의를 빚은 방송사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고개를 숙였지만, 대중의 불신을 말끔히 해소하진 못했다. 

최근 출연자가 어묵을 먹은 장면에 '세월호 참사' 보도 영상을 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침시) 논란을 포함해 "고의성 없는 사고였다"는 게 방송사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 올라오는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의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으로 인한 논란이 그만큼 자주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제작진 사과의 진정성과 재발방지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나온다. 

▲ 2013년 이후로 방송사는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일베에서 제작한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있어왔다.ⓒSBS, MBC

'말뿐인 사과'...반복되는 방송 사고

이번에 <전참시> '세월호 참사' 화면으로 비판을 받은 MBC는 지난해 9월에도 <뉴스투데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실루엣 이미지를 사용해 도마에 올랐다. 당시 MBC는 제작진의 실수라며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했지만 8개월만에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KBS도 2015년 <영화가 좋다>(2015년 1월 10일 방송)에서 영화 <쎄씨봉>의 캐릭터를 소개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가 사용한 데 이어 KBS <지구촌 뉴스>(2015년 6월 16일 방송)에서 러시아 월드컵 트로피 속 엠블럼에 노 전 대통령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를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권고’를 받았다. 

당시 방심위에 출석한 <지구촌 뉴스> 관계자는 “소규모 팀에서 만드는 결과물을 그래픽팀에서 검증하도록 하는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개월 뒤에 KBS <아침뉴스타임>에서 피소당한 기자의 이미지로 노 전 대통령 음영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SBS는 "내부에 '일베' 직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이 잦았다. SBS에서 '일베 일미지 관련으로 방송 사고가 발생한 건수는 최근 5년 동안 8건에 이른다. SBS 플러스(10건)의 SBS CNBC(1건)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다. 

지난해 5월 SBS플러스 <캐리돌뉴스>는 역대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표지에 '일베 이미지'를 사용했다가 아예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SBS는 당시 프로그램 폐지 결정과 함께 SBS플러스 사장, 담당 PD 등에 대해 감봉의 중징계를 내렸다.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으로 인한 방송 사고를 막기 위해선 이미지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제작진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BS는 지난해 <캐리돌뉴스> 방송 사고로 '외부 이미지 사용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일베 이미지' 논란은 잠잠한 상태다.  

원칙적으로 포털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외부 이미지 사용을 금지하고, 외부 이미지를 사용할 때에도 업체와 계약을 맺고 구매한 이미지만 사용한다는 게 가이드라인의 내용이다. 외부 이미지를 사용할 때에도 삼중의 크로스체크 단계를 거쳐 최종 결정자의 서면 결재를 얻어 사용하기로 했다. 

SBS 한 조연출 PD는 “(SBS에서) 워낙 일베와 관련한 사고가 많아 외부인력에게도 철저하게 교육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외부 이미지를 써야 하는 경우에는 관련된 공식 홈페이지나 뉴스 사이트 혹은 공인받은 곳에서 자료를 받고 출처를 표기하는 것으로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PD는 “세월호 관련 영상의 경우 뉴스, 다큐멘터리 담당 부서에서도 바로 다운로드를 못 하게 막아 놨다"며 "사전에 확인을 받아야 쓸 수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관계자들의 훈련과 재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사 이미지 사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강제적인 규정보다는 “제작자들의 사회적 공감수준을 높이고 빨리 빨리 만들어야 하는 방송 구조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은 교수는 “짧은 시간에 판단을 해야하는 방송의 성격상 제작자들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작자들의 공감 수준이나 민감성을 높이는 훈련이 필요하고,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하는 방송의 구조적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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