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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포함 아파트' 어떤가요

EBS 이웃사촌 버라이어티 파일럿 '조식포함 아파트' 좌충우돌 제작기 최수진 EBS PDl승인2018.05.17 15: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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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최수진 EBS PD] 2017년 우리나라 아파트 가구 수는 1000만을 돌파, 전체 주거 형태 중 60%를 차지한단다. 비단 이 수치에 나도 예외는 아니다. 기획은 대한민국 과반이 넘는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형태의 주거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데서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좋지 않은 소식들이 주로 들려오는 공간이 된 아파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 신축하는 아파트는 조식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를 프로그램에 차용해 아파트에 가서 조식을 차려주고 이웃끼리 함께 아침을 먹는 자리를 마련해보면 어떻겠냐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보태져 프로그램 기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조식포함 아파트’. 호텔에나 붙던 ‘조식포함’이 아파트에 붙으니, 색다르지만 낯설지 않다. 아이디어를 좀 더 세분, 체계화해 기획안을 만들고, 이를 편성기획부 집중회의 때 발표를 했다. 의도만큼이나 현실화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부터, 굳이 바쁜 아침 와중에 어색하게 이웃들과 밥 먹으러 내려오고 싶지 않다는 의견까지 쏟아져 나왔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사람 사는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흡입력이 있다는 공감대에 이 기획안은 파일럿의 기회가 주어졌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처음 셋업 단계는 기대감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들이 뒤섞이는 시기인데, <조식포함 아파트>도 이 과정을 고스란히 겪었다.

▲ EBS 파일럿 <조식포함 아파트> 화면 갈무리. ⓒEBS

일단 아파트 주민들이 집에 있는 퇴근시간 이후에 식재료를 수거하고 다음 날 새벽부터 조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프로그램 출연을 기피하는 상황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박명수씨가 동참 의사를 밝혀 모든 스태프가 ‘역시 괜히 거성이 아니’라며 그의 안목을 새삼스럽게 칭송하는(?) 팬들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이태리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요리연구가 빅마마 이혜정 선생님, 그리고 신효섭 셰프가 함께 해주기로 했다.

아파트 섭외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방송에 노출되는 것을 색다른 경험으로 여기고 환영하는 분들도 있지만, 번잡스러운 일 없이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원하는 분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리 아파트를 선정하고, 모든 스태프가 동원되어 일일이 사전 취재를 다녔다.

관리사무소와 협의를 거쳐 아파트 각 세대에 사전에 안내방송을 시행하고 약속된 날짜에 찾아가는 등 나름 세심하게 다가간다고 했지만, 역시나 이런 일들이 귀찮게 여겨지는 세대들에는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가정에서는 우리를 전에도 만났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고, 흔쾌히 음료수고 과일이고 심지어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후한 인심을 아끼지 않았다.

저 멀리 시골이 아니라 서울 한복판 낯선 아파트에서도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다니! 다시 한 번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작진들은 촬영 방문을 허락한 가정을 선정하고, ‘조식포함 아파트 환영 팻말’을 걸어두도록 부탁했다. MC들은 아무 집에나 가서 식재료를 달라고 하지 않고, 기꺼이 음식을 내주겠다는 곳에만 들어갔다. 팻말을 걸어놓고 우리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찾아올 줄은 알았지만, TV에서나 보던 사람들이 집에 찾아갔을 때 각 세대들에서 보여준 환대와 반가움은 우리에게도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그 안에는 <무한도전>을 보고 한국에 와서 공부할 결심을 했다는 세네갈 대학원생부터 박명수씨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신 어머니가 삶의 희망을 다시 찾게 되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타 방송사 등을 직접 찾아간 적도 있었다는 군인 아들의 스토리까지 MC들과도 접점에 닿아 있는 부분들이 많아 공감대가 더욱 컸다.

▲ EBS 파일럿 <조식포함 아파트> 화면 갈무리. ⓒEBS

방송 출연은 부담스럽더라도 이웃들과 나눠먹을 재료들을 넣어 주십사 아파트에 설치한 ‘나눔 냉장고’는 시골어머니가 직접 담그셨다는 매실액부터 값비싼 굴비, 외국인 아파트에 갔을 때는 우리도 처음 보는 온갖 국제적인 향신료와 재료들로 가득 찼다.

스태프 모두 녹록지 않은 스케줄에 고생했지만, 가장 고생한 건 거의 200여 인분을 차려내야 하는 셰프들이었다. 처음엔 조식 규모를 아파트 전체 세대수에 상관없이 100~200여 세대로 준비했다.

막상 아파트에서 녹화가 진행되니 우리가 지정한 세대만을 대상으로 조식 레스토랑 출입을 선별하기에는 기획의도에서 얘기한 ‘이웃과 나누는 공동체의 정’과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결국 전 아파트 세대로 대상을 넓히다보니 처음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인분의 음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전예약제가 아니다보니 얼마나 레스토랑을 찾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첫 화 녹화 때는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신 셰프와 보조 셰프가 서둘러 추가 음식을 만들기도 했고, 자리가 부족해 긴급하게 보조 테이블과 의자까지 동원하여 주민들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회 녹화를 진행하다보니 제작진도 노하우가 생겨 다음 방송부터는 문 앞에 안내판을 놓고 오시는 분들에게 잠시 대기를 부탁드리고, 자리가 비는 대로 MC들이 안내하는 등 좀 더 정돈되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아파트는 그 형태에서 주는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만큼이나, 살다보면 마주치는 이웃들이 불편해지고, 엘리베이터에서 누구를 만나도 멀찌감치 서로의 간격을 벌리게 되는 듯싶다. 굳이 옆에 사는 사람들과 알고 지내고, 더 나아가 사이좋게 지내기까지 해야 하느냐고 자문해 보기도 했다.

우리 프로그램도 ‘이웃사촌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억지로 인사하라고, 친해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조식포함 아파트>가 한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소박한 마을 잔치처럼,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추억이고 싶고, 이를 계기로 다음 이벤트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한다. 그리고 아파트 이웃들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조식포함 아파트>가 정규 프로그램이 되어 신청해 주신 모든 아파트를 찾아갈 날이 오길 소망해본다. 


최수진 EBS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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