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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옥중편지 대서특필한 조선일보, 받아쓴 KBS

"피의자 일방 주장 반론 없이 전달...보도준칙 지켜야"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5.18 11: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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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현재 수사 중인 ‘드루킹 사건’에 대해 KBS와 <조선일보>가 ‘단독’을 내세우며 무리하고도 일방적 보도를 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의 편지에서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공격발언에 대해 반론권이나 확인과정도 없이 대서특필해 사실상 선거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일보>는 18일자 “드루킹 옥중편지 ‘김경수에 속았다’”라는 제목으로 드루킹을 사기 피해자인양 묘사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드루킹의 주장은 사실이며 김 전 의원을 공범 내지 주범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本紙에 보낸 편지 (A4용지 9장 분량)”이라는 소개와 함께 자극적인 제목으로 드루킹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짓밟힌 자의 마지막 항변'이라는 드루킹 옥중편지의 전문도 18일자 신문과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 5월 18일자 <조선일보> 1면.

KBS는 이날 <드루킹 ‘김경수, 댓글 조작 처음부터 관여’>라는 제목의 리포트 내용에서 앵커가 “드루킹 김 씨는 김경수 전 의원이 처음부터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김 전 의원이 인사문제와 관련해 자신을 속였다고도 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KBS는 “드루킹 김 씨는 김경수 전 의원이 댓글 조작 처음부터 관여했다고 조선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밝혔습니다”라며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 보도를 베끼듯이 편지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김 씨는 김 전 의원에게 댓글 작업을 허락해달라고 하자 김 전 의원은 고개를 끄덕여 허락의 표현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댓글 조작 작업을 매일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비밀방을 통해 보고했고, 김 전 의원도 이를 매일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드루킹 김씨의 주장은 ‘김 의원의 허락을 받아 댓글 작업을 했고, 매일 이를 보고했다’며 그를 공범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경찰의 공식수사를 통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김 전의원측에 반론권을 줘야 하는 것은 저널리스트의 상식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공격을 당하는 김 전의원의 반론이나 반박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형사사건으로 수사받고 있는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을 이렇게 중요하게 보도하면서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대에 대해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공영방송 KBS가 이런 수준의 보도내용을 베끼기식으로 보도하며 최소한의 반론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데 대해 내부의 검토와 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 5월 18일 KBS <뉴스광장> 화면 갈무리.

KBS, <조선일보>의 일방적 보도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신중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 것이다. 특히 피해자든 가해자든 일방적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과 반론권 보장이라는 법과 원칙에도 벗어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논설주간의 호화요트 사건’이후 2017년말 ‘윤리규범 가이드 라인’을 재정비하여 취재, 보도시 지켜야 할 사항들을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정리해 둔 내용조차 준수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제1조 ‘사실 확인’에서 “① 확인된 사실을 기사로 쓴다. 사실 여부는 공식적인 경로나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다. ② 취재원의 일방적인 폭로나 주장은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인데, 수사권도 없는 <조선일보>가 확인할 길이 없는데 이렇게 크게 보도하는 것은 가이드라인 위배에 해당된다. 취재원의 일방적 폭로를 독자적 취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고 해놓고 기사내용 어디에도 추가적으로 확인했다는 내용이 없다. 그냥 일방적 주장을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보도자료의 검증’ 부분에서도 “① 취재원이 제공하는 구두 발표와 홍보성 보도자료는 반드시 사실을 검증하고 다른 출처의 정보로 보강하여 보도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취재원이 누구든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다른 출처 정보도 보강해서 보도한다는 것이다. 이 규정 역시 보도제작 현장에서 조선일보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사건으로 아직 수사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특검 공방이 있지만 여전히 수사를 하고 있는데, 주요 언론사들이 이렇게 드루킹의 ‘언론플레이’에 합작하는 이유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드루킹은 “김경수 관여 진술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검찰과 거래를 시도했다고 한다. 그 댓가로 수사를 신속히 종결하고 자신을 풀어달라는 소위 ‘플리바게닝’을 주문했다는 내용이다. 또 ‘자신에 대한 수사를 김 전 의원에 대한 수사로 전환해달라’는 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선거브로커 행태를 보이는 드루킹을 KBS,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사들이 이렇게 대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게 무슨 공익적 가치가 있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유불리를 따지는 당사자들의 거짓과 과장, 언론플레이 속에 언론이 자칫 이용당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언론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감시‧견제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누구라도 죄를 지었다면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법치사회의 원칙이다. 수사가 미진하거나 부실하다면 이 역시 특검 등을 통해 밝혀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스스로 법치를 넘어 과욕을 부리며 무책임한 보도하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스로 만든 KBS 보도제작 가이드라인, <조선일보>의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주기를 기대한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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