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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성추행 사건' 2차 피해에 무신경한 언론

검증 안 된 '카톡 내용' 보도로 고소인 '여론재판' 내몰아 이미나 기자l승인2018.05.28 18: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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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 양예원 씨의 사진을 음란물 사이트에 재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 모씨가 2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서울서부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일부 언론이 '스튜디오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고소인인 스튜디오 실장 A씨가 고소인인 유투버 양예원 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2차 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언론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고소인에게 얻은 단편적인 정보로 고소인을 '마녀재판'에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 간의 대화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25일의 일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날 A씨가 데이터 복구 업체를 통해 3년 전의 대화 내용을 복원한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다음날인 26일 <디스패치>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놨다.

두 기사 모두 '양 씨가 최초 폭로에서 5번 촬영을 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며, 양 씨가 이후 A씨에게 촬영 일정을 잡아 달라고 연락한 적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보도 이후 언론의 받아쓰기식 보도 행태가 되풀이됐다. 관련 기사가 300건 이상 쏟아졌는데, 양씨의 피해 사실보다도 사건의 진위 논란을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지난 26일 동아일보의 <스튜디오 실장, '양예원 카톡' 공개...'강제촬영' 진실공방>, 국민일보의 <'진실공방' 반전의 '양예원 카톡'…사건은 새 국면으로>, 한국경제의 <양예원 카톡 공개, '강제 촬영 vs 합의된 촬영'..진실 공방 새 국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씨의 폭로한 내용 중 자극적인 대목만 발췌해 보도하는 어뷰징 기사도 줄을 이었다. 

'카톡 내용 공개'로 양 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증폭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 씨의 이름을 딴 무고죄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양예원 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무고죄는 인격살인'…'양예원법' 국민청원 등장>(중앙일보), <양예원 카톡에 누리꾼 분노…"수지·스튜디오·청원 지지자에 피해준 것">(MBN) 등의 보도로 확대 재생산됐다. 

일련의 보도들이 양예원 씨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경찰에서도 언론의 도 넘은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건 수사를 맡은 이동환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25일과 26일에 걸쳐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피의자가 여론전 하느라 뿌린 걸 그대로 보도"한 것이라며 "성범죄를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 회유와 협박, 물타기 수법"이라고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박아름 활동가도 28일 <PD저널>에 "대화 내용 자체가 피고소인 측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내용인데다, 경찰의 조사도 거치지 않아 검증되지 않은 자료인데 이를 근거로 대중과 언론이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우려했다.

박 활동가는 "강력범죄에서도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흉기만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 기억에 대한 왜곡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A씨가 제공한 단편적 정보만 갖고 판단하기엔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카톡' 내용을 처음으롭 보도한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양예원 씨가 (촬영 사진) 유출 피해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안에서 (양씨가) 주장한 팩트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사를 쓴 것"이라며 "취지와 다르게 기사가 재생산되고 확대되는 부분은 많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남 기자는 "(보도가) 양예원 씨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지 않나 싶어 죄송스럽기도 하다"라며 "경찰이 (앞으로) 의혹이 없도록 면밀히 수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이번 사건 관련 보도는 대부분 양 씨의 최초 폭로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 PD저널

언론이 양씨의 사진 사용에 부주의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처음 양씨가 스스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고 해서 무차별적인 재배포를 감수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최이숙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양예원 씨가 눈물을 흘리고, 고통 받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계속해서 기사에 사용하는 것은 '전형적 피해자' 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것은 (피해자가) 고통에서 벗어나 생존자로서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부분을 언론이 한 번쯤 더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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