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 '가뭄에 콩 나듯'...그마저도 '나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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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5월 한달 동안 선거 보도 10~14건...정책·검증 보도 찾기 힘들어

[PD저널=김혜인 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가 좀처럼 유권자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를 포함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대형 이슈를 쫓아가느라 지방선거는 후순위로 밀어놨다. 5월 한달 동안 지상파 3사는 사흘에 한 건 꼴로 선거 보도를 이어 갔다. 드문드문 전한 선거보도에서도 후보자 검증이나 정책 보도를 찾아 보기 힘든 정도다. 

5월 한달 동안 지상파 3사 메인뉴스가 전한 선거 보도량은 KBS 11건, MBC 14건, SBS 10건에 그쳤다. 종편 TV조선은 6건, JTBC는 18건, 채널A가 27건으로 나타났다.

채널A는 이 기간 동안 선거 보도가 가장 많았지만, 보도의 내실을 갖추진 못했다. <8년 구청장 경륜 vs 발로 뛰는 젊은 ‘표심 쟁탈전’>(5월10일 보도), <선거송 ‘노래전쟁’…‘아모르파티’ 저작권료 얼마?> (5월17일 보도), <“쉴 틈 없어요”…산골 누비며 하루 300km 강행군 유세>(5월 24일 보도) 등 후보자의 동정이나 흥미 위주의 소식을 전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 SBS8뉴스 5월 9일 보도 <말로만 민생?…선거 유불리 따지다가 '블랙홀' 된 국회>화면 갈무리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다른 이슈들이 많아 선거 이슈가 묻힌 탓도 있지만 선거 보도량이 예년과 비교해도 심하게 줄어들었다”라며 “지방선거의 의미,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 차별성, 검증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의제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전한 선거 보도 대부분은 공천 갈등과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확대 재생산하는 보도였다. 후보자들도 자질 검증이나 정책이 아닌 의혹과 사건사고의 당사자로 뉴스에 등장했다. 

14일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 폭행 사건'은 MBC, SBS, JTBC, TV조선을 통해 전해졌고, 다음날 MBN은 원희룡 후보 딸의 입장까지 실으며 관련 뉴스를 두 건 보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도 ‘혜경궁 김씨’, ‘형수 욕설 파일’ 등의 논란으로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룸>등에 얼굴을 비췄다.

특히 후보자 의혹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보도는 의혹을 제기한 쪽에 유리할 수 밖에 없어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자유한국당의 이재명 욕설 음성파일 공개 이후 사안을 ‘받아쓰기’식으로 보도한 MBC‧TV조선‧채널A

MBC <뉴스데스크> 지난 24일 보도한 <자유한국당, 이재명 '욕설 음성파일' 당 홈페이지에 공개>, 같은 날 TV조선의 <한국당, '욕설 음성 파일' 공개…이재명 "법적 책임 물을 것">, 채널A <한국당 ‘욕설 파일’ 공개…이재명 “홍준표 법적조치”> 등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선거방송 모니터링 위원회는 “이런 보도는 사건을 객관적‧중립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최대한 논란을 만들겠다’는 자유한국당측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공정한 보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후보자 공약과 정책 보도는 손에 꼽을 정도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가 서울시장 후보의 미세먼지 대책과 교통체증 공약을 비교한 리포트를 두차례씩 내보냈다.  

선거 정책 보도의 실종은 선거운동이 시작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다른 이슈가 많은 것도 현실이지만 각 후보 진영에서 이슈화 시키겠다는 의제가 없다보니 정책 분석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된 뒤에는 선거운동을 전하는 보도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양승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다른 이슈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선거 보도를 하더라도 심층적이고 집중적인 보도를 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선거 자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 선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언론이 점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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