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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가 돋보이는 이유

‘법정물’ 홍수 속 현실적인 소재로 공감대 얻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6.04 18: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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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를 보면 ‘법정물 홍수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거의 일주일 내내 우리는 검사나 변호사 혹은 적어도 법정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월화에는 MBC <검법남녀>, JTBC <미스 함무라비>가 , 수목에는 KBS <슈츠>, 주말에는 <무법 변호사>가 시청자를 찾는다.

성적도 전반적으로 좋다. <검법남녀>는 법의학자와 검사의 공조를 다루는 내용으로 SBS 기대작이었던 서숙향 작가의 <기름진 멜로>를 앞서는 이변을 만들었고, <미스 함무라비>는 JTBC 월화드라마로서는 높은 시청률인 4.9%(닐슨 코리아 집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KBS <슈츠>는 시청률 9.8%로 수목극의 정상에 올랐고, tvN <무법 변호사> 역시 케이블 채널로서는 높은 6% 시청률을 달성했다.

법정물이 쏟아져 나오고 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정권 교체 이후 높아진 적폐청산과 사회정의 구현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높아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르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적폐청산과 장르물에 대한 요구가 법정 드라마 제작 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장르물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현실과의 거리감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테면 <검법남녀>는 마치 <CSI>류의 미드를 우리 식의 장르물 버전으로 담은 느낌을 주고, <슈츠>는 아예 미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 우리의 정서와 조금 엇나가는 지점이 있다.

<무법 변호사>는 변호사와 법정 소재가 들어있긴 하지만 ‘복수극’이나 스릴러 장르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들 드라마를 볼 때면 장르적 재미는 충분히 느껴지지만 거기서 어떤 현실감을 찾기는 쉽지 않다.

▲ 오는 4일 방송 예정인 JTBC <미스 함무라비> 예고편 갈무리. ⓒJTBC

그런 점에서 보면 <미스 함무라비>는 특별해 보인다. 그건 아마도 이 드라마의 작가가 현직 스타 판사인 문유석 판사라는 점 때문일 것이지만, 드라마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소재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다. 장르물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보다는 마치 법정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미스 함무라비>는 박차오름(고아라)이라는 신입판사가 겪는 현실적인 딜레마들을 담으면서 실제 사건들을 판사의 시각으로 전하는 신선함이 있다. 그래서 여타의 장르물이 담고 있는 엄청난 살인사건 같은 이야기만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서민들의 민사사건들을 다룬다.

이를테면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가 벌인 법정 소송에서 식당 주인과 종업원이 사과하고 소송을 취하한 이야기가 그렇다. 판사가 냉정함을 유지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냉정해서는 안 된다는 걸 에둘러 이야기하고 있는 대목이다.

또 사내 성희롱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사측과 피해자 사이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미투 운동의 단상을 담아낸다. 용기 있는 폭로를 한 피해자는 사측이 사주한 직원들의 증언으로 고스란히 2차 피해를 당하게 된다. 게다가 가해자의 폭로로 ‘가장의 밥줄이 끊겼다'는 식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정황을 수상쩍게 생각한 판사가 바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증인의 사실고백을 이끌어내면서 결국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다. “가해자의 고통과 피해자의 고통을 같은 저울로 잴 수 없다”는 판결 내용은 우리가 종종 미투 운동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등가의 저울로 올려놓고 바라보는 부당함을 지적한다.

<미스 함무라비>가 특별한 장르물로 다가오는 건 바로 장르물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서를 제대로 녹여낸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어느 정도 문법이 나와 있는 장르물을 반복해서는 결국 패턴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현실을 장르물이라는 틀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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