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어딘데’, ‘1박 2일’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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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 어딘데’, ‘1박 2일’의 그림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아쉬워.... ‘익숙한 캐릭터쇼’ 탈피해야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8.06.1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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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첫 방송한 KBS <거기가 어딘데>.ⓒKBS

[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유호진 PD는 KBS에서 대표적인 스타PD다. <1박2일>의 캐릭터쇼를 되살려놓으면서 대중의 호감을 얻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 KBS의 정예부대격인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높아진 위상 덕에 드라마 기획과 제작도 경험했고, 이번에 연출한 <거기가 어딘데>는 <해피투게더>에서 특집을 마련할 정도로 지원을 받았다.

대대적으로 론칭한 <거기가 어딘데>는 사막 횡단에 들어간 2회 시청률이 3%에 머물며 동시간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2회 시청률이 1회보다 더 떨어지는 시청률 누수 현상 또한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화제성은 더 심각하다. <나 혼자 산다>가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고, 백종원의 대표작으로 떠오른 <골목식당>은 갈수록 파급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 틈에서새로 기획된 사막 탐사 예능에 대한 여론이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유호진 PD가 <1박2일>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감수성 때문이었다. ‘나영석 사단’은 늘 예상치 못한 기획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판타지를 제공하면서 신선함을 제시했다면 유호진 PD의 스타일은 인간미를 강조하는 캐릭터쇼를 통해 시청자들과 호흡한다. 그래서 나영석의 페르소나는 세련되고 개인주의적인 이서진이고, 유호진의 페르소나는 수더분한 인간미가 매력인 차태현이다.

<거기가 어딘데>은 이런 유호진 PD의 장기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문제는 그간 본적 없을 예능이란 홍보가 무색한 만큼 <1박 2일>의 스핀오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엉뚱한 미션을 던져놓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멤버들이 좌충우돌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스토리라인. 빈번한 드론샷이나 다양한 BGM으로 블랜딩한 감성, 함께 나누는 밥상, 고생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삶의 깨달음 등은 이미 너무나 많이 봐온 것들이다.

특히 미션에 몰입하게 하는 ‘억지’와 ‘극한의 상황’은 <1박 2일>과 판박이다. 출연진들이 ‘말렸다’고 표현하는 ‘생고생’을 부각하고, 이런 큰 그림을 기획한 제작진과 ‘이렇게 힘들고 어이없는 일을 결국 하고 있다니 우리 대단하지 않아?’라며 서로 웃음 짓고 토닥이는 정서는 <1박2일>의 전매특허다.

시청자들은 이런 설정에 순순히 사막 탐험을 따라나설까. 오지나 여행지에서의 생고생은 흔한 소재다. 좋은 사람임을 강조하는 캐릭터쇼는 예능 갈라파고스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막여행의 판타지를 캐릭터쇼로 풀어간다는 것도 진부한데, 조세호, 배정남, 차태현, 지진희 등 출연자들도 예상 가능한 캐릭터플레잉을 선보인다. 이런 익숙함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사막의 신비와 BGM의 감성이 눈과 귀에 들어올 틈이 없다.

그래서 과연 ‘이들은 탐험을 완료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10년도 더 된 <1박 2일>의 포맷으로 예능 시청자들의 관심을 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싶다.

다른 채널에선 식중독 위험이 있는 식재료를 버젓이 내놓고 장사를 하는 식당이 나올 정도로 리얼한 방송이 방영 중이고, 캐릭터쇼를 넘어 실제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마당이다. 방송이란 울타리 속에서 우리 정말 대단하고 엉뚱하지 않느냐고 자부하는 세계관의 반복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직까지 <거기가 어딘데>가 사막보다 더 무자비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승부수가 보이지 않는다. 밤 11시 시청자들을 상대하기에 판타지가 매우 약하고, 초등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글의 법칙>과 맞붙기에는 볼거리가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착한 예능이라 큰 비판은 없겠지만 캐릭터쇼만으로 풀어가는 모험이 오늘날 예능 탐험가들의 관심을 얻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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