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역행한 언론, 반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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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남발하고도 무책임...미디어 수용자들이 심판해야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총을 마치고 로텐더홀 바닥에 무릎을 끓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라며 대국민 사죄를 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권자들의 심판은 냉혹했다.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동료 의원 면책특권이나 챙겨주는 야당에 무서운 심판을 내렸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더불어민주당을 허용하지 않았던 부산, 울산, 경남이 통째로 넘어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보수의 상징이라던 구미마저 민주당을 선택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그래서 이번 선거를 ‘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결이었다’고 진단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으로 청사진이 펼쳐지자 국민들은 이번만큼은 제발 성공하기를 가슴 졸이며 성원을 보냈다.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들도 약 70%가 회담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한국민들은 이보다 더 높은 80%가 회담을 지지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런 국민의 민심을 부정하고 문 정부를 ‘주사파’ ‘좌빨’로 야당은 공격했고 일부 신문, 방송 역시 이에 동조, 부정적으로 확대보도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위장평화쇼”라고 폄하, 부정했다. 조중동은 “또 속았다”는 식으로 맞장구를 쳤다.

▲ <중앙일보> 6월 13일자 5면 기사.

사상 처음으로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뒤 <중앙일보>는 미국 국제관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 북한에 또 속았다”라는 식으로 제목을 달았다. 북한을 사기꾼 집단으로 매도하며 미국의 어리석음을 과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보도내용 본문을 자세히 보면,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도 ‘속았다’고 혹평하기도 했지만 “10점 만점에 만점을 주고 싶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가장 혹평한 내용을 제목으로 올리는 작위적 편집을 보였다.

국내 전문가란 사람들도 방송에 나와 아직 논제에 오르지도 않은 한미동맹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에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인색했다. 한 전문가는 최근 MBN의 한 프로그램에서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평가하면서 “미국과 북한에 각각 90점을 주고 싶다”고 말한 후 “한국은 60-7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미국과 북한이 역사상 최초로 정상회담을 가지도록 막후 역할을 한 우리 정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그런 박한 점수를 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미국과 북한이 90 점을 받았다면 그렇게 점수를 받도록 노력한 조력자, 숨은 공로자 역할을 한 한국은 그보다 높은 95 점은 받아야 한다”고 반박한 기억이 난다.

야당이 현 정부의 평화 노력에 비판을 하든 가로막든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고 그 선택의 결과는 참패와 대국민 사과였다. 그러나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 언론, 민심을 역행한 언론은 사과나 반성조차 없이 ‘무책임한 권력’을 여전히 휘두르고 있다.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을 전한 다수의 국내 언론들은 로이터 통신을 인용,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오후 2시에 싱가포르를 출국’할 것처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즉각 오보로 판명났다. 국내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오보를 단순히 인용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사실이라도 되는 양 ‘회담 시작도 전에 출국 시간을 일찍 정했다는 것은 부정적이라는 분석과 해설’을 내놓았고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비관적 해석을 방송을 통해 전파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의 보도내용을 자세히 보면, 두 가지 허점을 알 수 있다. 오후 2시 출국이라는 팩트를 주장하는 근거를 ‘외교소식통’이라는 막연한 취재원에 의존하고 있어 신뢰하기 힘들었다. 또 보도 내용에는 ‘잠정 계획’이라고 오보를 대비한 포석도 숨겨뒀다. 이 정도면 3년차 기자 정도만 되도 외신을 인용하기에 무리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외신 맹신주의에 빠진 한국 언론은 로이터 통신이라는 큰 언론사에 현혹됐다고만 볼 수 없다. 그 내용이 부정적이고 회담이 잘못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호재라서 인용한 것은 아닐까. 그런 판단조차 할 수 없이 다른 언론사가 보도하니 우리도 일단 보도하고 보자는 식인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세력에 무서운 심판을 내렸다. 국민을 향해 막말을 예사로 하고 여론조사기관을 없애버리겠다던 홍 대표는 망연자실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던 TV조선은 근거가 모호한 ‘북한, 해외 취재진 취재비 요구’,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 등의 보도를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 심의 결과가 나와도 미국처럼 거액을 배상하거나 심각한 타격을 입을 일은 없기 때문에 마음 놓고 오보의 자유를 즐긴다.

정치인은 투표로 심판할 수 있으나 언론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돼 있다. 광기의 전쟁을 부추기고 대립과 대결을 요구하는 것은 일부 언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비판을 넘어 비난에 나서는 것은 때론 야당보다 더 심하다. 정당한 비판과 감시로 포장한 수구언론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여론에 역행하는 보도를 일삼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

▲ 청와대는 'TV조선 허가 취소' 청원에 대해 방통위의 권한이라고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여론의 무서움을 체감한 야당이 한반도 평화 회담에 다시 ‘딴지걸기’를 하거나 ‘위장평화쇼’로 폄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오만한 일부 언론이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조선일보>에 ‘발목잡지 말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시민들은 ‘TV조선 허가 취소를 청와대 공식홈페이지에 청원했다. 청와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넘겼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공동연구해 최근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를 보도해도 처벌받지 않는 ‘오보천국’의 나라, 뉴스신뢰도 최하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언론사. 이제 미디어 소비자들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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