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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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PD협회 오준석 신임 회장
부산방송 PD협회 임승권 신임 회장
한국기자협회 조성부 신임 회장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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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그의 노래 CBS PD협회 오준석 신임 회장 옛날 옛날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회식’과 ‘이차, 삼차’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였고, 보너스는 받는 것이지 반납하는 게 아니던 그런 때 일입니다.(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프로그램 개편 회의가 끝나고 다들 단란주점에 모였지만 흥이 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다들 회의로 진이 빠졌으니까요. 아니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컬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 그때, 한 남자가 일어났습니다. 그 남자는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정성껏. 그가 ‘우하하하 우습다’ 부분을 두 번째 부르기 시작할 때 그의 노래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네. 저는 세상에서 그렇게 진지하게, 그렇게 정성껏, 웃는 사람을 처음 봤습니다. 그는 그 노래를 끝까지 다 불렀습니다. 경이로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날 끝내 흥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뭐 대숩니까?그 사람은 ‘그렇게’ 밤 7시∼9시에 생방송되는 [시사쟈키 오늘과 내일]을 만 2년 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임 PD협회장에게 물었습니다. “오준석 PD요? 한 마디로 원칙주의자입니다.” 같은 팀에 있는 AD에게 물었습니다. “며칠전에 영화를 같이 봤어요. 하하하, 무슨 영화인지 말씀드릴순 없어요. 8년만에 처음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그게 놀랍게 느껴지는게 아니라 오선배라면 그럴수 있겠다…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한 후배에게 물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모습이요?…아, 바로 저 모습이요. 저 자세…항상 똑같애요.” 그 선배가 고개를 숙이고 펜을 들고 전화통화를 하고 있습니다.그는 가끔 시민단체랑 통화를 하다가 불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성명서만 달랑 한 장 보내지 마세요. 이 사회를 바꾸려면 저희 같은 방송을 좀더 적극적으로 이용하셔야지요!” 그쪽 간사의 얼굴 표정이 궁금해집니다.‘방송환경변화’. ‘PD의 새로운 역할규정’. 그가 배워야할 새 노래들이 많습니다. 그가 부른 노래가 인상적이었듯이 PD협회장이 돼서 부를 노래가 또 기대됩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어떤 곡을 택하든지 노래가 끝날때까지 모든 구절을 정성껏 부르리란 것입니다. 한구절 한구절을 정성껏. 그리고 아마… 올해는 연합회 사무실 근처의 노래방에 자주 가게 되겠지요. ‘같이’ 불러야 할 노래들이 많을테니까요. 이번엔 흥이 났으면. 하하하.신동주따뜻하면서도 논리적인 사람 부산방송 PD협회 임승권 신임 회장 98년 벽두 방송가는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힘겹게 첫발을 내딛어야 했다. 지역민방이 당연히 그 첫 번째 대상이었고, 그런 어려움을 겪고 PSB의 신임 PD협회장에 선출된 이가 임승권 PD이다.PD조직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시점에서 그가 협회장에 선출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는 이런 난국에 어울리는 인물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부드럽고 포용력 있는, 호령을 하진 않아도 사람을 따라오게 만드는, 그런 리더이기 때문이다. PD라는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항상 각자의 목소리가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그는 적임자일 게다. 다양한 각자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하나로 엮어가는 재주(?)를 그가 가졌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그의 캐릭터를 덕장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프로그램에 임하는 그의 진지하고도 논리적인 자세를 동료PD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PSB의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현장르뽀 줌인]의 수석PD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특성상 아이템 선정과 프로그램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은 늘 난항을 겪게 마련인데, 기획회의 때마다 얽혀 있는 매듭을 풀어가는 그의 논리성에 작가들은 은근히 고마움을 느낀다. 항상 ENG촬영으로 제작현장에서 호흡을 같이하는 카메라맨들은 그를 정말 ‘줌인’에 능한 PD라고들 말한다. 즉, 프로그램의 이름 [줌인]처럼 한 가지 포인트를 명확히 잡아내고 그것을 향해 취재를 좁혀가는 솜씨가 뛰어나단 얘기다. 빡빡한 제작일정 속에서 전 스탭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그의 이런 ‘가지치기’ 실력이 없다면 과연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었을 지 상상하기가 힘들어진다. 그의 이런 치밀함이 아마도 그를 다큐멘터리 PD로 분류하게 만드는 이유일게다. 창사때부터 굵직한 특집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그의 몫이었고, 96년 9월에는 제23회 방송대상 지역사회 TV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상작은 장쾌한 스케일의 [해양다큐-남태평양 24시].PSB는 지금 방송보도총국이라는 초유의 개편된 조직으로 탈바꿈해 있다. 그 과정에서 동료PD를 떠나보내는 상상하지 못했던 아픔을 감수했고, 많은 PD들이 응어리진 가슴을 안고 더 힘들어진 제작현장을 헤쳐 나가고 있다. PD들은 자신들의 멍든 가슴을 쓸어줄 따뜻한 손길을 원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그리고, PD의 정체성에 대해 명쾌한 방향을 제시해나갈 리더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따뜻하면서도 논리적인 임승권 PD의 캐릭터가 그러한 기대치와 잘 부합되리라 믿으며, 그의 무거워진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결집력이 동료PD들의 몫임을 되씹어본다.이장희“언론개혁 10대 과제 계속 추진” 한국기자협회 조성부 신임 회장 “기쁘기보다도 마음의 부담이 매우 큽니다. 전국의 모든 언론사들이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무차별 정리해고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해직자나 휴직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중입니다.”IMF 한파로 전국의 언론사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는 지금, 새로이 제36대 한국기자협회 회장의 중책을 맡게 된 조성부 회장의 취임소감은 무겁기 그지없다. 그가 첫 번째로 시작한 일은 ‘해직기자 사랑방’으로 쓰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기자협회 회의실을 개방한 것이다. 원래 프레스센터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일단 기자협회 회의실이라도 실직자 정보교류와 업무연락, 저술 및 휴식공간으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지금의 정리해고 상황을 80년 강제해직에 이은 제2의 언론인 학살로 비유하는 조 회장은 해직 또는 휴직한 기자들의 재취업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언노련, 언론연구원, 각 대학과도 유기적으로 협의해 성과를 이끌어낼 생각이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불법해고 및 부당전직에 대한 진상조사단 구성, 해직언론인 인력정보센터 설치, 고용안정기금 신설 등 구체적인 작업도 추진중이다.“현재 각 시도협회와 지회를 통해 해직된 기자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중입니다. 서울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됐으나 지방의 경우 이제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곳도 있고 서울도 2차·3차 감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실제로 작년까지 6천3백명에 달했던 기자협회 회원이 지난달 말까지 약 1천명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조 회장은 정리해고와 더불어 언론개혁이 지금의 화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 회장이 생각하는 언론개혁은 가장 기본적으로는 경영과 편집권이 분리되는 것이다. 언론사에 노조가 생겨난 이래 조금씩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편집권 독립의 기초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특히 향후 연봉제 도입 등으로 언론사 고용환경이 달라질 것에 대비해서라도 편집권 독립이 법률적으로 완벽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보처 폐지에 이어 특수자료취급지침 폐지, 언론소유권제한 법제화 등 지난해 9월 언론3단체가 제시한 언론개혁 10대 과제의 꾸준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기자협회 내부적으로도 광고와 회비가 줄어들어 모든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어려움에 당면해 있고, 프레스센터 환수 추진 등 크고 작은 현안을 앞두고 있는 조성부 회장. 회장 출마의 구호로 내세운 ‘강력하고 친근한 기협’을 만들기 위해 2년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그에게 기대를 걸어보자. <임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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