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선거보도, 유권자 냉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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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선거보도, 유권자 냉소 키운다
지방선거미디어감시연대, ‘철옹성’ ·'텃밭' 등 관성적 표현 여전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06.22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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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선거를 전쟁에 비유하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보도 관행이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간 대결을 강조하고 지역 감정을 유도하는 이같은 표현은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와 냉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링위원회가 지방선거 30일 전인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12일까지 주요 일간지 5곳(<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을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00전(戰)’과 ‘격전지’란 표현을 가장 많이 쓴 곳은 <한국일보>였다.

▲ 6.13 지방선거 관련 보도 중 전쟁 용어 사용 횟수(5/14~6/12) ©민주언론시민연합*기타는 1회 이상 사용되지 않은 표현을 모았다. 각 신문별로 외인부대, 사활, 전투 (이상 동아일보) 백의종군, 체제전쟁, 일전 (이상 조선일보) 반격, 강남상륙작전, 중원전쟁, 2선후퇴, 선거전쟁, 서부전선, 아성 (이상 중앙일보) 험지, 포문 (이상 한겨레) 함락, 춘추전국시대, 생환, 각개격파 (이상 한국일보)가 있었다.

‘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격전지 민심 르포’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열 차례 보도한 <한국일보>는 전쟁을 연상시키는 ‘00전(戰)’(53번), ‘격전지’(23번) 등의 단어를 선거보도에서 빈번하게 사용했다. 

같은 기간 동안 <중앙일보>는 11번, <경향신문>은 10번, <동아일보> 7번 ‘00전’이 등장했으며, <경향신문>이 17번, <조선일보>가 8번, <중앙일보> 5번 ‘격전지’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일보>는 지난 6월 1일자 <흔들리는 보수의 자존심...’한국당 철옹성‘ 유지될까>에서 “남북 정상회담 성공 등으로 여권 지지 바람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난공불락의 요새이자 철옹성인 서초구에 입성 가능할지 여부가 6ㆍ13지방선거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한국당이 서초구 구청장 자리를 한번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난공불락’, ‘요새’, ‘철옹성’, ‘입성’ 등 전쟁에 비유한 단어들이 등장했다.   

▲ <한국일보> 6월 1일자 보도

<중앙일보>는 6월 6일자 <논설위원이 간다/ 대구랑 강남도 ‘격전지’라고?…한국당 “까딹없다”지만>에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친노-친문 핵심인사를 일제히 공천해 ‘강남상륙작전’에 나섰다”라고 표현하며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되는 현상을 ‘인천상륙작전’에 빗댔다.

지방선거미디어감시연대는 “언론이 선거를 후보자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선거를 누군가는 이기고 지는 전쟁 게임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선거 관련 기사를 전쟁을 연상시키는 단어들로 채웠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미디어감시연대는 전쟁이나 게임에 비유한 보도로 유권자들이 정치적 냉소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디어감시연대는 “‘혈투’, ‘생환’ 같은 표현은 사람들에게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 주고, 투표에 반영할 정책과 공약은 없어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선거보도에서 ‘보수 텃밭’, ‘보수의 아성’, ‘한국 보수의 심장’ 등 지역 감정을 부각하는 관성적인 보도 행태도 여전했다. <한국일보>의 <대구시장 불과 8%P차…한국당, 보수 텃밭 위기감>(5월 24일자 보도), <중앙일보>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 부산‧울산 30년 보수 아성 무너지나> (5월 16일자 보도) 등은 제목부터 '보수 텃밭', '보수 아성' 단어가 등장한다.

미디어감시연대는 “지역주의를 심화하는 표현을 반복 사용하는 것은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 유권자의 공약이나 인물에 집중하기 보다는 특정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검증 없이 표를 몰아주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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