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기자 블랙리스트'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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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카메라 기자 이어 세 번째...감사국, 작성자인 전 보도국장 징계 요구

▲ MBC에서 2012년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MBC 전 경영진이 아나운서·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에 이어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도 작성해 인사에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감사국은 취재기자 블랙리스트의 작성자로 지목된 A 전 보도국장 징계를 MBC에 요구하는 한편 이미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보도본부장에 대해서는 추가 증거로 이번 감사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감사국에 따르면 취재기자 블랙리스트는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가 파업을 벌이던 시기에 작성됐다.

감사국은 당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등 취재기자의 인사책임자들의 메일 로그 기록에서 '인사' '배제'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2012년 2월과 7월 두 차례 A 전 보도국장이 보도본부장에게 현업에서 배제해야 할 취재기자들의 명단을 작성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월 A 전 국장은 "보도부문에서 회사가 반드시 일벌백계해야 하는 대상들은 다음과 같다"며 취재기자 24명을 ‘기자회 제작거부 주도' '배후에서 파업을 독려하거나 불참자 회유, 협박에 나선 경우' '<제대로 뉴스데스크> 제작 참여한 경우' 등으로 유형화해 보도본부장에 보고했다.

감사국은 이 24명 중 2명이 해고, 9명이 정직 처분을 받는 등 명단의 75%가 부당징계·전보를 당했다고 밝혔다.

7월에도 A 전 국장은 취재기자들을 각 부서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해 보도본부장에게 메일로 보냈다. 이 인사안에는 '보도부문 인사배제 리스트'가 포함돼 있었는데, 66명의 취재기자들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A 국장은 특히 파업 참여 정도 등에 따라 66명 중 15명을 '최우선 보도부문 배제 대상 리스트'로 따로 올리기도 했다.

당시는 MBC본부가 파업 중단과 업무 복귀를 앞두고 있던 때로, 감사국은 "업무복귀와 동시에 이뤄진 대규모 인사발령의 핵심자료가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명단에 포함된 66명 중 65%에 해당하는 43명이 정직 등의 징계, 교육, 징계성 전보되는 등 실제 보도부문에서 배제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국은 또 "파업 이후의 보복성 인사에 인사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의 의지가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나 A 전 국장의 인사안과 실제 인사의 일치 정도로 봤을 때 A 전 국장의 역할 역시 크다"며 "이는 MBC 보도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A 전 보도국장은 감사국의 조사에서 2012년 7월 보도본부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을 시인했다.

감사국에 따르면 A 국장은 당시 보도본부장으로부터 '노조 전임자, 기자회 집행부, 파업 참여 보직자, 대기발령 받은 자들은 보도국 각 부서에 배치하면 업무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니 참고 바란다'는 지시를 받고 기자들의 기수별 명단과 대기발령자 명단 등을 참고해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메일로 보냈다.

A 전 국장은 "보도본부장이 지침을 내렸다해도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현업 부서에 배치하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고 감사국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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