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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여고생 사망 보도 '기자 체험기'까지 등장

조선일보 기자 비료포대 지고 용의자 동선 추적...사망 원인 추측성 보도 줄이어 김혜인 기자l승인2018.06.26 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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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전남 강진군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 등이 수습하고 있다. 이 여고생은 지난 16일 오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아버지 친구와 해남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문자를 남긴 뒤 실종됐다.  ⓒ뉴시스

[PD저널=김혜인 기자]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시신이 발견된 뒤 사망 원인 등을 둘러싸고 언론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용의자의 동선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기자가 비료포대를 짊어지고 산에 오르는 체험기가 등장하는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범행 동기, 사망 원인 등을 두고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살해 용의자 김모씨의 승용차 안에서 발견된 흉기에서도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됐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실종 8일만에 발견된 데다가 용의자도 사망해 범행 동기와 동선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용의자가 피해자와 함께 산 정상에 오른 뒤 피해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기자가 직접 비료포대를 지고 용의자 동선을 추적하는 보도를 내놨다.

25일자 '강진 여고생 DNA, 아빠 친구 낫에서 검출'기사에서 기자는 “용의자 김씨가 키172cm, 몸무게 68kg이고 피해자가 160cm, 70kg”이라는 설명과 함께 “김씨가 A양을 업거나 들고 산 정상을 오르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183cm, 79kg 기자가 비료 포대를 둘러업고 직접 확인해봤다”라고 적었다. 

기사 본문은 ‘기자 체험기’와 흡사하다. “바닥도 미끄러워 한 차례 넘어졌다”, “5분 만에 숨 고르기가 힘겨워졌다”, “결국 70kg의 3분의 1이 안 되는 20kg을 지고서도 15분 만에 산행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맨몸으로 정상을 향했다” 등 등반 체험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채워졌다. 

▲ [조선일보] 강진 여고생 DNA, 아빠 친구 낫에서 검출_사회 12면_20180626

용의자의 성적 문란함을 범죄 원인으로 꼽은 전문가 발언의 일부만 발췌해 보도하는 어뷰징 기사도 줄을 이었다.  

‘동아닷컴’의 <이수정 교수 “강진 여고생 용의자,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란 평”>, <한국경제> <‘강진 실종 여고생 사건’ 용의자 알고보니 “여성 4명과 사실혼 관계…성적으로 문란”>, <국제신문>의 <강진 실종 여고생으로 확인, 이수정 교수 “낫으로 위협해 산으로 올라...차량에>등이다.

모두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 보도한 기사들이다.

피해자의 시신 상태에 집중한 보도도 두드러졌다. <서울경제>는 '알몸·머리카락 無···8일 만에 발견된 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 훼손도 심각', <동아일보>는 '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에 머리카락無…잘랐나? 빠졌나?', YTN의 '알몸에 머리카락 잘려...강진 여고생 추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보도 행태는 성폭력 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에도 배치된다. 

2012년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이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은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이해와 상관없는 범죄의 수법과 과정, 수사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궁금증을 동시에 가지고 기사를 접한다"며 "언론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지만,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핑계로 지나치게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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