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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00시간 일하는데... 방송사 정착은 불가능”

방송사, 사실상 근로시간 단축 무대책..."‘공짜‧몰래 노동’ 일상화할 것" 박수선‧이미나‧김혜인 기자l승인2018.06.28 15: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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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인호

[PD저널=박수선‧이미나‧김혜인 기자]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사에선 현실 불가능하다.” “방송 제작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급진적인 변화는 결국 방송문화 산업의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 맞춰야 하는 방송사 내부에선 ‘근로 시간 단축’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주일에 사흘씩 밤샘작업을 하는 장시간 노동이 비일비재한 방송 제작 현장에서 ‘근로시간’ 제한은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주 52시간까지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각 방송사는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제작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주 100시간’을 넘는 장시간 근로가 일상적인 드라마 제작부서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드라마 본부 소속 조합원 중에서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 42.3%를 차지했다. ‘주당 80시간 이상’ 일하는 드라마본부 소속 조합원은 65.3%에 달했다.

MBC도 ‘근로시간 68시간’ 적용을 앞두고 각 부서별 근무시간을 점검한 결과 드라마제작부서 소속 직원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100시간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에 꼬박 4일 넘게 일하는 셈이다.

‘밤샘 노동’은 일주일에 70분짜리 미니시리즈를 2편씩 ‘생방송’처럼 촬영해온 드라마 제작 환경이 만든 관행이었다. ‘과도한 초과 근무’는 시청률 경쟁으로 방송 시간을 늘려온 예능 쪽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예능부서에선 인력 충원이 대책으로 거론되지만, 연출의 일관성과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인력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주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으로 평가를 받는 PD 입장 고려하면 단순히 인력 추가 투입을 마냥 반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PD는 “68시간, 52시간에 맞추려면 드라마 한 편에 연출자를 4명 이상 투입해야 하는데 연출의 일관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한 KBS 예능 PD는 “아무리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면 변수가 생기고, 제작 시간도 지연되기 마련”이라며 “다른 직종처럼 시간을 정해서 인력을 교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방송 제작과 편성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보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근무 시간 축소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PD저널>이 실시한 ‘지상파 4사 근로시간 단축 의견조사’에서도 ‘사전제작 도입’, ‘방송 시간 축소’, ‘제작 기간 확대’ 등의 요구가 많았다.

방송 3사는 우선 미니시리즈 편성 시간 축소를 검토하고 있지만, 경쟁 방송사를 의식해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편성 시간을 줄이면 시청률 하락과 함께 편성 시간에 비례해 물량이 정해지는 광고 판매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현재 68시간 근로시간 적용에 대비해 검토하고 있는 ‘재량근로제’ ‘탄력근로제’ 등도 내부에서 그다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공짜노동'을 방치한 채 사실상 ‘포괄임금제’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8일 사측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살인적 노동시간과 열약한 제작환경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드라마와 예능은 물론 교양까지 무차별적인 재량근무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라며 “SBS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법 위반의 책임만 면해 보겠다는 ‘면피’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비판했다.

KBS는 구성원 과반을 대표하는 노조가 없어 ‘유연근무제’ 도입 시기를 뒤로 미뤄뒀다. 별다른 대책 없이 '주 68시간' 제도를 시행하게 된 셈이다.  

KBS 혁신추진단 관계자는 “일단 7월부터 68시간 초과근무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실제 현장에서 준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MBC도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계도 기간을 둔만큼 신중하게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상파 PD는 “현재의 상태로 근로시간 68시간이 적용되면 일은 일대로 하고,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될 게 뻔하다”며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풍토가 확산되면 숨어서 일을 하는 PD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선‧이미나‧김혜인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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