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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당하는 ‘가짜뉴스’

‘문대통령 뇌출혈’ 가짜뉴스는 왜 위험한가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7.03 12: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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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가짜뉴스’는 매우 그럴 듯하다. ‘사실일 것 같지 않아서 더욱 확인하게 만드는 마력’ 또한 지니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에게는 진실로 보이는 착시 효과도 있어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빠르게 퍼져나간다.

최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 주소를 두고 있는 주간지 A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급침묵속보' 문재인 뇌출혈로 쓰러지다. 청와대의 침묵이 계속 번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며 문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뇌출혈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 유포자 중에 현직 기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 한 주간지 기자 A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가짜뉴스'

이 뉴스는 2018년 7월 3일 현재 "文대통령 뇌출혈" 유언비어 유포자가 기자라니…“ 제목으로 노컷뉴스 홈페이지 ‘많이 본 뉴스 탑 2 위’에 올라있다. 내용이 다분히 악의적이며 의도적인데 그 작성자가 기자라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이런 가짜뉴스 작성자들이 대부분 소액 재판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간단히 용서받는 식으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가짜뉴스로 피해자는 눈물과 고통 속에 살지만 범법자들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의 뒤에 숨는다. 그래서 ‘소액재판’에 회부하는 식의 가짜뉴스 대응법은 가짜뉴스를 키우는 한국의 무능한 법적, 제도적 구조다.

KBS 황수경 아나운서 파경설이 2013년 가을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TV조선 <중앙일보> 등은 ‘소문이 떠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진위 여부 확인은 없었다. 가짜뉴스인지 확인없이 본인이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보도했다. 결국 황 아나운서는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

“무슨 이유로 파경설을 유포했는지, 이를 퍼나른 사람은 누구이고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방송활동 중 매일매일 수많은 의혹의 눈길을 느끼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그 절망감과 절박함을 호소했다.

결국 수사는 시작됐고 <세계일보> 한 기자가 ‘가짜뉴스’를 만든 장본인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수사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가짜뉴스를 만든 기자와 퍼나르는 데 앞장 선 파워블로거에 대해 황아나운서와 검사 남편은 ‘선처’를 법원에 요청했다.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운 TV조선, <중앙일보> 보도는 그렇게 대충대충 넘어갔다.

가짜뉴스는 그 자체로는 힘이 없다. 내용이 황당하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빙성을 더해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멀쩡한 언론사들이 한다. 황 아나운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SNS에서 떠돌다 사라질 가짜뉴스를 키운 것은 ‘취재 성실의 의무’와 ‘사실 검증 작업’을 하지 않거나 게을리 한 TV조선과 <중앙일보> 같은 언론사 기자였다.

언론 피해자들은 가짜뉴스 생산자를 용서했고 언론사는 문제도 삼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행태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에 관한한 그것이 가짜뉴스라 하더라도 사법부는 법적 처벌을 하는 데 주저하거나 심지어 두려워한다. 언론사 경영주, 기자들의 사법 처리 결과를 보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오는 경우가 많다.

문 대통령 뇌출혈 가짜뉴스의 경우, 노컷뉴스는 TV 조선이나 <중앙일보>처럼 흥미 위주로 단순 유포한 것이 아니었다. 현직 기자의 가짜뉴스 게재와 그 기자의 전력까지 보도해 옥석구분을 해서 미디어 소비자가 판단하기 쉽도록 검증 보도를 했다. 언론이라면 스스로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는 책임을 져야 한다. 노컷뉴스는 가짜뉴스를 차단하고 예방하는 저널리즘의 기능을 잘 보여준 셈이다.

▲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법률대책단의 조용익 단장이 인터넷 상 가짜뉴스 유포 및 명예훼손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법치사회에선 클릭 수로 장사하는 멀쩡한 언론사,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않고 일단 보도하고 보는 무책임한 언론사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는 최후의 책임은 사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SNS 시대, 1인 미디어, 파워 블로그 시대에 가짜뉴스의 범람은 막을 길이 없다. 스마트폰은 ‘가짜뉴스’나 오보도 똑같이 삽시간에 전파하며 원상회복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상업적‧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법치를 내세워야 한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로 ‘언론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그와 함께 언론자유를 넘어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고의로 침해했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punitive damage)'를 도입해 언론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고의성이 다분하고 악의적일 경우, 가해자가 거액의 배상금으로 피해를 보전하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8년 이미 하도급분야, 안전분야, 환경분야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언론사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도입해보는 것을 검토해야 할 때다. 언론 자유와 상관없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고 언론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없도록 ‘고의성’과 ‘악의성’을 피해자가 입증하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무조건 반대할 명분도 없다.

개인의 법익은 언론 자유 못지않게 소중히 지켜야 할 민주주의 사회 가치다. ‘가짜뉴스’와 결합한 언론사들의 무책임한 보도는 대통령과 시민을 가리지 않는다. 강력한 타율 규제가 존재할 때 언론사는 자율규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것이 미국, 영국 등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언론자유와 개인 법익의 공존 법칙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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