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이 판문점에 간 이유는
상태바
‘1박 2일’이 판문점에 간 이유는
"멀게만 느껴진 판문점, 예능 최초 방문...코앞의 북한군 보고 분단현실 실감"
  • 유일용 KBS PD
  • 승인 2018.07.06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DMZ에서 보이는 북한 인공기의 모습. ⓒ유일용 PD

[PD저널=유일용 KBS PD]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곳을 떠올릴 때마다 DMZ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거리상으로만 보면 서울에서 무척이나 가깝지만 마라도보다 멀게 느껴지는 그곳을 언젠가는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 특히나 DMZ 내에 위치한 판문점과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역사적으로 그 의미가 남달라 우선적으로 방문하고 싶은 장소였다. 

그래서 2016년부터 판문점 관할 UN사와 촬영 가능 여부를 타진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 불기 시작한 남북간 평화의 바람에 발맞춰 논의에도 진전이 있었다. 다행히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 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2주 후에 현장답사를 갈 수가 있었다.

소수의 답사 인원을 꾸려 도착한 판문점은 마치 그 공기조차도 다르게 느껴졌다. TV 뉴스에서나 보던 파란색 건물과 그 너머 보이는 북한 측 건물인 판문각, 아직 흙에 물기가 남은 듯한 남북정상 기념식수, 판문점 회담장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경계선을 보며 묘한 긴장감과 신기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T2 회담장 안에서 남북 경계선을 넘는 벅찬 순간을 경험했고 나중에 멤버들이 어떤 감정을 표현할지 무척 궁금했다.

판문점을 떠나 향한 곳은 대성동 자유의 마을. 북한과 바로 인접해있어 긴장감이 가득할 것 같은 대성동은 의외로 무척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쉴 새 없는 방송으로 마을 주민들을 힘들게 한 대남방송은 최근 에야 중지됐다. 그만큼 한반도의 정세를 누구보다 먼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마을 주민들의 삶이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남북 정상이 만난 판문점에서 <1박 2일>멤버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유일용 PD

답사를 다녀온 지 한 달 후인 6월 8일. 드디어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온 <1박2일 판문점을 가다> 첫 촬영이 시작됐다. 임진각에 모인 멤버들은 평소와는 다른 숙연한 분위기에서 DMZ 내 유일한 민간인 마을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듣고 쉬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너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엄습하며 마치 신세계를 보는 어린아이들처럼 질문이 쏟아졌다.

그렇게 도착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 불과 1.8km 전방 북한 기정동 평화의 마을과 인공기를 보며 이 마을의 특별함을 실감했다. 대성동 마을의 특별함은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체험을 해야 알 수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팔각정에 올라 방탄유리를 통해 북녘 땅을 바라보는 순간을 촬영할 때는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판문점에 간다는 얘기를 전하자, 멤버들은 또다시 놀라움과 설렘으로 밤을 보냈다. 날이 밝고 멤버들을 태운 차는 판문점에 도착했고, 멤버들은 눈앞에 가까워지는 파란색 건물을 숨 죽여 바라보았다. 분단의 최전선이자 역사의 현장에 선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 뭉클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에 쉬 입을 떼기가 힘들었다.

▲ T2 회담장 안에서 북한쪽으로 넘어가는 순간 창문을 통해 보인 북한군의 모습. ⓒ유일용 PD

그리고 T2 회담장 안에서 북한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 갑자기 창문을 통해 보이는 실루엣. 전혀 예기치 못했던 북한군의 방문이었다. 멤버나 제작진 모두 순간 무척 당황했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많은 방송 카메라를 발견하고 우리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방문이었겠으나, 창문 하나 사이로 남과 북이 서로 마주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서로의 존재를 코앞에서 확인했지만 인사조차 주고받을 수 없는 분단국가의 현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북녘 땅이 잘 보이는 언덕에서 ‘1박’을 외치고 언제가 북한 주민들과 ‘2일’을 외치는 순간을 염원하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판문점을 가다’ 기획은 한반도 분단 역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한 특집으로 대한민국의 시청자뿐만 아니라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마음에 울림을 선사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 판문점에서 <1박 2일> 멤버들의 기념 촬영. ⓒ유일용 PD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