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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소년들 무사귀환, 태국 언론은 달랐다

"‘알 권리’보다 구조 우선" 태국 당국에 적극 협조...추측성・왜곡 보도 찾기 어려워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7.12 10: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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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7살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잃어버린 어머니는 눈물조차 마른 듯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보였다. 부산에서 방송 일을 할 때 실종아이를 찾는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한 가정집을 찾았을 때였다. 

그로부터 5 년여 세월이 흘러 우연히 서울역에서 ‘아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나눠주던 그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눈물과 고통 속에 세월을 보낸 30대 후반의 어머니는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보였다. 깡마른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이를 잃게 되면 십중팔구 가정은 깨진다고 했다. 그 어머니는 그렇게 홀로 전국을 돌며 전단지와 함께 눈물을 뿌리고 다녔을 것이다.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고, 살았다면 이제 훌쩍 커버려 알 수도 없겠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에게 자식은 삶 그 자체다.

태국 ‘동굴 소년들’이 고립 17일 만에 ‘기적의 생환’을 했다고 외신은 급전을 보냈다. 실종된 후 생사조차 알지 못했던 태국 유소년 축구팀 선수 12명과 코치 등 총 13명이 기적적으로 모두 생환해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됐다는 감동의 소식. 누구보다 애태웠을 그 부모들에게 더 기쁜 감격의 드라마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전원이 무사귀환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조명이 없는 동굴 안은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흙탕물로 가로막힌 4개의 침수구간까지 통과해야 했다. 최장 800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침수구역 중 일부는 폭이 60㎝밖에 되지 않아 잠수장비를 벗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구조대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한 어느 작업보다도 어려운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 태국 동굴 소년들의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인도 아마다바드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태국 소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에 함께 기도하고 있다.ⓒAP/뉴시스

어려운 작전을 성공시킨 데는 전세계 구조대원들과 태국당국의 협업 등이 있었다. 특히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겪은 한국민들은 태국 동굴 소년들의 이야기가 각별하다. 구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전원 구조하는 기적을 연출한 것은 구조대원들의 헌신과 태국당국의 집념 덕분이었다. 눈앞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수백 명의 생명을 수장시킨 것은 구조를 방해하거나 구조를 아예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태국 동굴 소년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세월호 사건을 생각한다. 해경 해체 운운했지만 해경은 자리만 바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여전히 구조보다 의전을 중시하는 구태는 남아있고, 재난보도 준칙은 지켜지지 않으며 오보는 남발된다. 태국 동굴소년 사건은 ‘남의 나라’ 감동 이야기로 끝날 수 없고 우리 정부와 언론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 번째는 의전보다 구조가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다. 생명을 살리는 구조에 대통령, 장관 행차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태국은 호주 의사이면서 동굴탐험전문가로 유명한 리처드 해리스의 도움을 받았다. 구조를 돕겠다는 전세계 전문가들의 제의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약 천명이 구조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둘째는 언론도 제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태국당국은 현장에 구조대 외의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다. 먼저 구조된 아이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언론보도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구조된 아이와 아직 구조되지 않은 아이의 부모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다. 언론도 협조하며 ‘국민 알권리’를 내세우지 않았다. 아이들의 얼굴과 신원이 공개된 것은 구출 완료가 된 뒤였다. 물론 당연히 추측성 오보도 나오지 않았고 보험금 운운하는 왜곡보도도 없었다.

세 번째는 책임의식이다. 세월호 선장은 승객과 배를 두고 혼자 도망쳐 나왔다. 23살의 태국축구 코치는 아이들을 보내고 맨 마지막에서야 구조됐다. 한국사회는 언젠가부터 권한만 누리려 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 의무는 다하지 않는 것이 예삿일이 되고 있다. ‘갑질문화’가 팽배하면서 작은 권력이라도 움켜쥐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풍토가 됐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에 대한 배려다. 세월호 가족은 어느 날 피해자가 됐다. 자식을 잃은 것도 억울하고 숨이 막힐 지경인데, 정부도 언론도 이들 피해자들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결국 파면당한 대통령과 여기에 발맞춘 비열한 언론의 보도는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가슴에 큰 못을 박았다.

태국 정부와 언론은 동굴 소년 구조소식을 중계방송 하듯이 요란하게 떠들지 않았다. 구조되지 못한 아이의 부모들의 애틋하고 불안한 심정을 배려한 처사였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서 세월호 유가족을 찾았을 때 한국 측 인사가 그에게 세월호 리본을 떼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진정으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배려했다.

인터넷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인신공격성 댓글과 익명의 주장들이 난무하는 세상이 됐다. 그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이런 경박한 사회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은 언론의 몫이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키우고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과 책임을 묻는 보도행태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자율규제가 안될 때 정부는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불행은 개인이나 국가에 언제든 닥칠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결국 천국과 지옥을 가른다. 의전이 구조를 앞설 수 없다. 언론도 생명 앞에서 겸허해져야 한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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