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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PD 사망 1주기, 방송계 '갑질'은 사라졌나

정부 ·방송사 '불공정 관행' 대책 쏟아냈지만..."협찬금 40% 떼가는 간접비 관행 여전" 구보라 기자l승인2018.07.12 19: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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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PD협회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8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공동 행동 선언’을 공표했다. 사진 속 카메라는 이날 기자회견석 앞에 자리했던 고 박환성 PD가 사용하던 카메라다. ⓒ한국독립PD협회

[PD저널=구보라 기자] 지난해 독립PD 두명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방송사는 방송계 내부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故 박환성·김광일 PD 1주기를 앞두고 있는 독립 PD들은 제작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두 PD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관련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불공정 제작 관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실태조사에 나섰고, 지난해 12월에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방송제작인력 근로환경 개선, 합리적인 외주제작비 산정·저작권 배분, 외주시장 공정거래 환경 조성, 표준계약서 제·개정 등이 대책에 포함됐다. (▷관련기사 ‘"외주제작 대책, 방송사 이행 노력 뒷받침돼야"’)

방통위는 지난 3월부터 연구반을 꾸려 외주제작비 산정, 저작권 수익 배분 등의 내용을 담은 외주제작 가이드라인 수립도 추진 중이다. 

방송사도 외주 상생 방안에 나섰다. MBC는 지난 3월 외주제작 인건비·제작비 현실화, 수익 배분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콘텐츠 협력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KBS와 SBS, EBS도 내부적으로 상생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외주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제작사와 독립PD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데다 관행 근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송호용 독립PD협회장은 “두 PD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방송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가 공전하면서 진척된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제작지원금·협찬금에 과도한 간접비 요구 여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고가 있기 전 박환성 PD가 EBS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던 건 과도한 간접비 문제였다. 방송사가 정부로부터 제작 지원금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독립PD와 외주제작사에 '간접비'라는 명목으로 제작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EBS는 간접비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방통위 등이 지난 2월 발표한 '실태조사(▷링크)에서도 간접비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실태 보고서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방송사업자 내부 인력과 연동되는 경우에 방송사가 독립제작사에 간접비를 청구하게 되며, 간접비 비율 문제가 불공정 이슈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실태조사를 근거로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수행지침에 간접비 요구 금지, 패널티 조항을 신설하기도 했다. EBS는 올해 초 발표한 상생방안에 정부 제작지원금에 대한 간접비 요구 금지를 명시했다. 

이같은 조치에도 '간접비 관행'을 뿌리뽑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독립PD는 “정부지원금 받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간접비를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방송사는 없을 것”이라며 "간접비는 어떤 형태로든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간접비 금지를 명시하면서 '협찬금에 대한 간접비'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독립PD는 “최근에 한 PD가 민간으로부터 협찬금을 유치했는데, 방송사에서 협찬금의 40%를 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방송사들은 자체 내규에 따라 민간 기업 등에서 받은 협찬금에서 20~40%를 방송사로 귀속시키고 있다. 방송사들은 협찬금에 대한 간접비를 “방송사의 시설을 독립제작사가 활용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에서 실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방송사는 협찬을 받은 경우 송출료 명목으로 (간접비) 20%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나, 독립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의 20%를 삭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방통위와 문체부가 올해 2월 발표한 ‘2017년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조사 보고서’ ⓒ방송통신위원회 

속도 더딘 ‘제작비 현실화’·‘저작권 배분’

외주제작사와 독립PD들 최우선 과제로 꼽는 ‘제작비 현실화’와 ‘저작권 배분’ 등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방송사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외주제작사·독립PD들간의 인식 차이는 적지 않다. 

MBC가 제작비를 일부 인상한 것을 두고도 "물가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에 의한 인상분을 충당하기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저작권 배분은 외주제작사와 독립PD들에 넘기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독립 PD는 “방송사와 계약할 때 저작권 배분 이야기도 꺼낼 수 있을 정도”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차 저작권과 사후 수익 청구권 등을 보장하는 방안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이번주 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한국독립PD협회는 오는 15일 故 박환성·김광일 PD 1주기 추모제 '다시,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 예정이다.

한국PD연합회는 두 독립PD 1주기를 앞둔 12일 성명을 내고 "정의로운 방송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독립PD들뿐 아니라 우리 방송PD 모두의 책무"라며 "두 PD의 넋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이 땅의 정의로운 방송생태계를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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