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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멜로 장인의 영역 확장

재난 블록버스터부터 시대극까지, 끝 없는 '김은숙 월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7.17 1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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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김은숙 작가의 영역 확장은 어디까지 갈까. 사실 2010년 SBS <시크릿 가든>이 나왔을 때 김은숙 작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에 대한 갈증 같은 것들이 있다고 느껴졌다. 2009년 SBS <시티홀>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멜로 장인'이라는 그 틀이 김은숙 작가에게는 마치 한계처럼 지목되었기 때문이었다.

"또 멜로냐"라는 지적들은 그래서 김은숙 작가가 새로운 직업군과 그 직업의 디테일을 담는 장르물을 기웃거리게 했고, 나아가 판타지적 설정에 대한 관심을 갖게 이끌었다. <시크릿 가든>은 '영혼 체인지'라는 방식을 채용해 '역시 김은숙 작가'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 방송된 SBS <신사의 품격>이나 SBS <상속자들>이 김은숙 작가 본연의 멜로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줬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후로 김은숙 작가는 보란 듯이 영역 확장에 나섰다. KBS <태양의 후예>는 재난이나 전쟁과 같은 블록버스터와 멜로를 엮어냈고, tvN <도깨비>는 시대를 뛰어넘는 판타지에 멜로를 더했다.

그리고 이제 tvN <미스터 션샤인>이다. 이 작품은 사뭇 진중하고 무거울 수밖에 없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서 활약했던 이름 모를 의병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시 멜로가 빠질 수는 없다. 암살 저격 현장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쳤던 유진 초이(이병헌)와 고애신(김태리)은 다시 만난 자리에서 서로의 입을 가리며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한다. 그 장면은 서로를 경계하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둘 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되는 멜로의 시작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어린 시절 고애신이 숨겨주었던 인연을 맺고 있는 백정의 아들 구동매(유연석)가 등장하고, 가문의 정혼자로서 유학을 갔다 돌아온 룸펜 김희성(변요한)이 등장하면서 멜로의 구도는 완성된다.

▲ tvN <미스터 션샤인> ⓒ CJ ENM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세계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되는 건 그 멜로의 형태가 그저 사랑 놀음 안에서만 머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워낙 시대적 배경이 무겁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을 테지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조선의 해방'이라는 대업과 연결된다.

즉 고애신을 둘러싼 세 남자 유진과 구동매, 그리고 김희성은 그 사적인 관계들과 서로가 발을 걸치고 있는 공적인 입장이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사적인 차원에서 발전해 공적인 대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는지가 이 드라마를 통해 김은숙 작가가 담으려고 하는 이야기다.

유진을 들여다보면 조선에 대한 애착을 전혀 가질 수 없는 과거사가 보인다. 노비로 태어나 아버지는 맞아 죽었고 어머니는 자신을 살리고는 우물에 몸을 던졌다. 추노꾼들에게 쫓기다 도공 황은산(김갑수)의 도움을 받아 도미한 후, 그 곳에서 미국인이 되기 위해 군대에 자원했다. 그렇게 미국인이 되어 조선으로 들어왔으니 그 심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사적인 복수심을 참아내기 어렵게 되는 것.

구동매도 마찬가지다. 백정으로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부모로부터 어린 시절 내쳐졌고, 복수심에 불탄 그는 일본에 건너가 낭인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던 이들에게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이 가운데 고애신이 이 두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게 하는 존재로 다가온다는 점은 이 멜로가 어떻게 의병 활동이라는 대업으로 이어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김은숙 작가가 최근 몇 년 동안 빛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또 지금 <미스터 션샤인>에서 그만한 성취를 가져가고 있는 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멜로라는 분야를 오래도록 쥐고 있으면서 그것을 지금의 시대에 맞는 트렌디한 장르들로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태양의 후예>는 그런 점에서 '김은숙 월드'가 확장되는 데 하나의 기점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김은숙 작가가 좀 더 커진 규모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 주었다.

'멜로 장인'이었던 김은숙 작가는 그래서 이제 '드라마 장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직 <미스터 션샤인>은 시작단계지만, 이미 보여준 성취가 그렇다. 이제 멜로를 적절한 양념으로 활용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능수능란한 작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향후 어떤 또 다른 확장을 보여줄 지가 기대되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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