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변화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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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매체 형식 끌어안았지만 편파성 논란 피하지 못해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사 프로그램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접어드는 동시에 시청 패턴까지 다변화되면서 예능·드라마 등 소비 중심의 콘텐츠뿐 아니라 시사·보도 분야에까지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에서는 정치의 예능화를 입힌 시사 프로그램을 앞 다퉈 내놓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주류매체와 대안매체 간 결합을 시도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렇듯 내외부적 변화에 발맞춰 방송사들은 시사 프로그램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사가 선보인 대안매체를 끌어안은 시사 프로그램들이 논란을 낳으면서 향후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늘어났다.

시사평론가 김어준의 지상파 진출로 화제를 낳았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는 6개월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SBS는 "김어준과 25회 계약이 끝나는 8월 첫 주 방송을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논의 끝에 시즌2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더불어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진행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이하 <스트레이트>)도 논란에 휩싸였다. 주 기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스캔들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시청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 일정에 따라 5주 결방된 <스트레이트>는 이번 주 방송을 재개한다.

사실 이들 시사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될 당시만 해도 주류매체와 대안매체 간 결합을 통해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 멤버들의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도전인 만큼 지상파 방송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상파 방송사라는 미디어의 역할과 대안매체 팟캐스트의 역할이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가 대중에 소구되는 대안매체의 주체와 형식을 끌어안았지만, 논란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매체의 특성에 따른 공정성과 편파성의 경계가 모호했다.

▲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 SBS

<블랙하우스>는 지난 3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정 전 의원에게만 유리하게 다뤄 논란을 빚었다. 제작진은 이후 방송을 통해 제작자 교체와 책임자를 징계한다고 밝혔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특정 정치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진 자료만 방송해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라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SBS 내부에서도 김어준·김용민 등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들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사측과 공정방송실천협의회를 열어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블랙하우스>는 폐지 수순을 밟으며 시사 프로그램의 본령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가 대안매체를 끌어안은 건 나름의 전략이었지만, 대안매체의 형식과 내용을 가져온다고 해서 신뢰도 회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그렇다고 방송사들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MBC는 지난 11일부터 방송 뉴스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방송을 통해 뉴스 아이템 선정에 시청자가 참여하는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를 시작했다. 시청자와의 실시간 채팅과 인터넷 투표를 통해 <뉴스데스크>에 보도할 기사들을 직접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가 시사 분야 소비층을 붙잡기 위한 각개전투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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