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보도 전방위 압박 나선 조선일보 사주 일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MBC 등에 정정보도·실명 언급 자제 요청...'PD수첩' 제작진 "방송 영향 없을 것"

▲ 24일 방영될 MBC < PD수첩 > 예고편 갈무리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2009년 '장자연 사건' 당시 소송 남발로 언론에 재갈을 물렸던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최근 다시 시작된 장자연 사건 관련 보도에도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장자연 사건'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언론사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선일보 사주 일가인 방정오 TV조선 전무와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은 장자연 사건을 조명한 보도에 정정보도와 실명 언급 자제를 요구했다.  

지난 9일 KBS <뉴스9>는 단독보도로 "장자연 사건의 재조사에 들어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조선일보 방 사장의 아들'과 장자연이 수차례 통화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조선일보 관계자가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KBS는 이 리포트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의 아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보도가 나간 다음날 방정오 TV조선 전무는 "KBS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장자연 씨와 단 한 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방정오 전무는 이 입장문에서 KBS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KBS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내보낸 매체들에도 내용 삭제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KBS를 인용보도했던 여러 매체는 기사를 내리거나, 방 전무 측의 입장을 반영해 기사를 수정했다.

▲ KBS의 장자연 사건 보도를 인용했다 삭제한 한 언론사의 화면 갈무리

장자연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미디어오늘>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에게 '실명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방 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자신은 공인이 아니고 코리아나 호텔 역시 공적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실명이나 코리아나 호텔을 거론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방용훈 사장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내놓을 경우, 언론사를 비롯해 해당 보도에 책임이 있는 개인에게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고려하겠다고 예고했다.

오는 24일과 31일에 걸쳐 장자연 사건을 조명하는 MBC <PD수첩>에도 방용훈 사장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이 담긴 공문이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은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조선일보>측으로부터 직접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인터뷰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2009년 조선일보는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이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고발하며 남긴 문건에 사주 일가가 거론되자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조선일보 사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한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KBS·MBC 등 언론사 등이 조선일보와의 소송에 휘말렸다.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최초로 보도했던 임종빈 KBS 기자는 최근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조선일보라는 실명을 공개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선일보와의) 소송이 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다시 시작된 조선일보의 강경 대응이 보도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 관계자는 "(방정오 전무 보도 관련) 정정보도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자연 편'을 맡은 김정민 <PD수첩> PD도 "(방용훈 사장의 공문이) 방송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