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시신 운구 생중계까지 한 TV조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인 두 번 죽이는 언론, 자살보도 윤리강령에도 '자극적인 현장 묘사''선정적 보도' 여전

▲ TV조선은 23일 <보도본부 핫라인>에서 노회찬 의원의 시신이 운구 되는 과정을 쫓아가며 생중계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PD저널=이미나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드루킹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올랐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사망했다.

정의당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고인에 대한 무분별한 취재를 삼가줄 것을 언론에 요청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 사망 관련 보도 역시 그동안 유명인의 자살을 대한 언론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3일 하루 종일 시신 운구 모습을 생중계하거나 현장을 불필요하게 자세하게 묘사한 자극적인 보도가 줄을 이었다.   

2013년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발표한 '자살보도 윤리강령'(이하 윤리강령)과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하 권고기준)에 따르면 자살 장소나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최소한으로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연합뉴스> <뉴시스> <한국일보> <이데일리> <일요신문> <노컷뉴스> 등이 보도한 노회찬 의원 관련 보도는 이 윤리강령이나 권고기준과는 크게 벗어나 있었다. 이들 언론사들은 현장에서 경찰이 감식을 벌이는 장면이나 노 의원의 시신이 놓인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경찰이 텐트를 세우는 장면을 연속으로 내보냈다.

특히 노 의원의 시신이 구급차에 실려 운구되는 사진이나 아파트 고층에서 노 의원의 사망 현장을 내려다보듯 찍은 사진 등까지 여과 없이 보도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TV조선은 <보도본부 핫라인>에서 노 의원의 시신이 운구 되는 과정을 쫓아가며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뉴스에서 엄성섭 앵커는 노 의원의 사망을 둘러싼 특검팀과 정치권의 표정을 전하는 틈틈이 "취재진이 병원 이송하는 상황을 따라가며 보여드리고 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노회찬 원내대표를 실은 응급차가 경찰과 함께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다" "5분에서 길어봐야 10분 안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로 실황을 전했다.

윤리강령에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와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노 의원이 사망한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도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노회찬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의 정황을 상세히 전한 보도도 여럿 등장했다. <조선일보> 온라인판에 올라온 <노회찬 투신 아파트 경비원 "분리수거 하러 나왔는데">는 세 문단에 걸쳐 최초 발견자인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회찬 의원이 발견됐을 당시의 정황을 묘사하듯 기술했다.

<중앙일보> <충격에 빠진 노회찬 투신 아파트 주민들…"심폐소생술 3,4분 하다 천 덮어"> 기사는 여러 명의 주민들의 말을 통해 사건 당시를 재구성한 것을 넘어 "피가 흥건해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남자가 현관 앞에 얼굴을 땅 쪽으로 데고, 대자로 누워 있었다" 등의 선정적인 서술을 나열했다.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은 내용을 한 줄이라도 추가하려는 보도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강령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사망 사실을 SNS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부른 언론사도 있었다.

▲ 노컷뉴스는 23일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을 SNS에 공유하면서 사용한 사진으로 논란을 빚었다. ⓒ 노컷뉴스 SNS 화면 갈무리

<노컷뉴스>는 <노회찬 사망 소식에 정치권 '충격'..."말을 못 잇겠다">라는 기사를 SNS에 올리면서 노회찬 의원의 모습만 흑백으로 처리한 사진을 사용했다.

<노컷뉴스>는 또 <정의당, '노회찬 투신 보도'에 패닉..."사실 확인 중"> 기사에서도 노회찬 의원의 모습만을 흑백으로 편집한 정의당 의원들의 회의 사진을 삽입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진을 교체하거나 기사를 삭제했다.

이 외에도 노회찬 의원의 사망 장소가 노 의원의 가족 소유였다는 점을 드러내거나, 제목에 노 의원의 사망 방법을 그대로 적시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등 유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보도도 적지 않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과거 고 최진실씨의 사망 당시 사회적으로 자살율도 증가하고 고인과 주변 많은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일어났던 사례가 있었다"며 "노회찬 의원의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보면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이 사건이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임에는 분명하지만 흥미 위주의 보도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3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윤리강령과 권고기준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사회적인 이슈와 이와 관련된 인물의 사망 사건 발생 시 미디어의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해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 내용과 보도방식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일 경우 사회에 불안감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