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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방‧관찰 예능 트렌드와 결합해 분화... ‘여행지 중복’은 한계

▲ KBS 2TV <배틀트립> 예고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올해 해외 여행객은 3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 여행이 국내 여행만큼 보편화되면서 ‘여행 예능’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과거에는 해외 여행지를 특집 방송이나 정보성 위주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포맷에 그쳤다면, 지난 2013년 나영석 PD가 선보인 배낭 여행기를 다룬 리얼 버라이어티 tvN <꽃보다 할배>가 화제를 모으면서 여행 예능의 붐이 시작됐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험과 만족을 중시하는 대중적 현상과 맞물리면서 방송사들은 여행 예능을 앞다퉈 내놓았다. 최근 여행 예능은 나름의 차별 포인트를 내세워 진화하는 동시에 분화하고 있다.

여행 예능 중 단연 눈에 띄는 콘셉트는 출연자 간 대결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100회를 맞이한 KBS 2TV <배틀 트립>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여행지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출연자 간 여행 설계 배틀을 벌이고, 방청객의 선택을 받는 포맷으로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서효림, 이홍기는 캐나다를, 레드벨벳은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며 대도시와 소도시의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줬고, 시청률 4,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tvN <짠내 투어>도 연예인 설계자가 직접 자유여행 일정을 세우고, 출연자들의 선택을 받는다.‘가성비’를 앞세운 만큼 설계자의 일정과 예산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또한 여행 예능은 여행 자체가 지닌 요소를 극대화해 활용한다. JTBC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에서는 연예인이 일반인과 함께 직접 패키지여행 상품을 체험한다. 여행사의 협찬을 받을 뿐 아니라 각종 패키지 상품을 소개하는 등 ‘뭉뜬’에서 소개된 여행지는 방영 직후 인기를 끌고 있다. JTBC2 <사서고생 시즌2 팔아다이스>에서는 출연자들이 오직 장사해서 번 돈으로 해외에서 살아가는 자급자족 여행을 표방하고 있다.

▲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의 경우 역사 강사 설민석 씨를 필두로 여행지를 둘러본다. 관광 명소 중심이 아닌 해당 국가나 도시에 얽혀있는 역사, 문화, 예술을 비롯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사 이슈를 짚어보는 등 인문학을 곁들인 여행 예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행 예능을 풀어내는 방식이 다양한 예능 트렌드와 맞물리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처럼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관찰 예능, 먹방 예능의 요소들과 접목하며 차별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황혼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내세운 만큼 다른 여행 예능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각양각색 볼거리를 보여주기보다 날 것에 가까운 그림을 보여준다. 출연자의 세월이 담긴 이야기를 얹으면서, 출연자와 시청자 간 거리를 좁히고 있다. 올리브 <원나잇 푸드트립-언리미티드>에서는 출연자들이 해외 여행지를 돌며 그야말로 현지 음식을 많이 경험해보는‘먹방 레이스’를 펼치며 먹방 예능의 유행을 놓치지 않고 있다.

여행 예능이 흥행하는 이유는 실제 해외여행의 문턱이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저가항공사의 성장으로 지난해 해외여행객은 2649만명(한국관광공사)을 기록했고, 2009년 이래로 해외여행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여행지 정보와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여행 예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방송계에서 촬영 장비의 경량화로 해외 촬영의 부담을 덜어낸 측면도 작용했다.

하지만 여행 예능의 붐이 이어질수록 콘텐츠의 희소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시청자의 입맛에 맞춘 콘셉트와 예능 트렌드와 결합한 여행 예능으로 호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주요 여행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제작비 부담이 적은 여행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딛고 콘텐츠의 기시감을 덜어내는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를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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