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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조선일보 뒷거래 있었나

대법원 민낯 드러난 '사법농단' 문건...검찰 강제수사 전환해야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8.01 14: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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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양승태 대법원’의 불법‧편법 의혹은 땅에 떨어진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더 떨어뜨렸다. 사법부 수호의 최후 보루로 믿어왔던 대법원의 타락은 법치사회의 몰락이고 국민의 좌절이다. 더 큰 문제는 대법원이 수사대상이 되자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는 등 진실을 위한 수사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추가로 공개된 196건의 문건에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유력 미디어를 수단으로 동원, 판사들을 로비스트로 활용했거나 활용을 시도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선거캠프 밀실에서나 발견될 법한 자료가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나왔다. 국회의원을 친노·주류·비주류로 분류하고 법률가 블랙리스트 필요성을 거론한 문건도 추가로 발견됐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제20대 국회의원 문건’ 등을 보면 국회의원, 법학 교수, 변호사 등 상고법원 설립 추진과 연관된 직군 내 인물 성향을 분석하고 관련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려 한 시도가 확인된다. 법원행정처는 “친노” 성향을 70명으로 파악하고 ‘박범계, 이춘석, 금태섭, 노웅래, 원해(혜의 오기)영, 이석현’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 중 백재현 의원 옆엔 화살표를 그려 ‘정세균 직계’라고 적었다.

‘혼군(昏君) 대통령’ 아래서 문화체육관광부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게 아니라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이 팀을 이뤄 상고법원 추진 반대세력과 찬성세력을 분류한 것 자체가 불법이다.

판사들을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해 같은 학교 출신과 특정정치인과의 관계 등을 접근 전략을 세운 것은 적어도 탈법의 행태로 대법원이 할 일은 아니다. 국내법은 어떤 로비스트도 인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2016년부터 부정청탁금지법을 제정해 어떤 청탁도 엄격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은가. 판사와 기자도 부정청탁금지법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이해관계가 이를 무력화하고 있는지 고강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 지난 6월 28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조선일보> 등 언론사를 동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PD저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설치를 홍보하는 기사나 칼럼 등을 제안하고 그 대가로 법원의 예산 일부를 광고비로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법원행정처 문건 제목에서 <조선일보>가 거론된 문건은 9개로,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를 주요 수단으로 삼아 여론전에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월까지 상고법원 설치에 회의적 입장을 담은 칼럼을 싣기도 했던 <조선일보>는 2월 법원행정처의 문건에 등장한 뒤 상고법원 설치에 긍정적인 글이 실렸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 28일 작성한 ‘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김○○)’과 2월 3일 작성한 ‘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김○○)’ ‘조선일보 칼럼(이○○스타일)’, 3월 31일에 작성한 ‘조선일보 기고문’은 <조선일보> 게재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여론 형성을 위한 로비성 기고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여론을 왜곡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 미디어는 이를 거부한다. 청탁을 시도하는 기관과 광고비 등의 거래로 글이 실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언론사의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조선일보>를 선호하고 각별한 애정을 보인 이유는 문건 곳곳에서 드러난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홍보를 위한 설문조사 주체 중 하나로 <조선일보>를 꼽으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보도 여부 통제 가능”을 장점으로 꼽았다. 보도 여부를 조선일보 편집국의 독자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아닌 법원행정처가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조선일보>의 입장에서 보면 모욕적이며 굴욕적이다. <조선일보>가 사실상 법원행정처와 밀약관계 혹은 주종관계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라디오 TV 등 로비 가능한 미디어에도 손을 뻗었다. 2015년 5월 20일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검토’ 문건에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와 KBS 라디오 프로그램 <공감토론>에 상고법원에 찬성 입장인 인사의 인터뷰를 내보내거나 전문가 토론을 벌이도록 기획했고, 실제로 두 프로그램은 6월 2일과 6월 5일에 문건 속 기획안과 비슷한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6월 1일 작성된 문건 ‘전통매체 홍보 전략’에도 ‘구체적 홍보방안 로드맵’이라는 항목 아래 <한국일보><동아일보> MBC·연합뉴스TV· tvN 등이 거론됐다. 이 문건이 작성된 뒤에 <한국일보>는 6월 1일 관련 기획기사를 보도했고, tvN <고성국의 빨간의자>에도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찬성 기고를 실은 이진강 전 회장이 출연했다.

이제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왜 그렇게까지 PC를 파쇄하고 문건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지 이해가 간다. 진실의 전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사법농단’ 검찰 수사는 법원의 저항과 반발로 벽에 부딪혔다.

검찰과 법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보고도 국회가 ‘공직자특별수사처’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건 입법부의 태만이다. 공수처법 통과를 여야에 다시 요청한다.

추가 문건 공개 어렵게 이뤄진 만큼 당장 검찰은 법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미디어 모두 법 앞에 군림할 수 없다. 대법원 스스로 불법‧탈법을 저질러 수사 대상이 된 지금 검찰은 누구 눈치를 보며 미적대고 있는가.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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