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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증 달래는 여행 예능

작고 평범한 여행기에 시청자 호응하는 이유는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8.02 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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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오늘날 예능은 두 가지다. 떠나거나 먹거나. 2013년 나영석 사단의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예능 콘텐츠는 급격히 변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캐릭터쇼가 선사한 재미는 이른바 로망과 공감으로 압축할 수 있는 이야기와 설정으로 전환됐다.

여행은 단순하게 떠나는 설렘을 넘어선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새로운 로망을 제시했다. 나아가 먹고 사는 일상과 삶의 태도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이 예능의 소재가 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 차례 해가 바뀌면서 여행 예능은 예능 패러다임을 이끄는 거센 물결이 됐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처럼 오늘날 TV는 1년 내내 계절에 상관없이 어디론가 떠난다. 최근 몇 년 간 가장 히트 친 여행 예능인 <윤식당> 시리즈는 휴가를 내기 가장 어려운 초봄에 찾아왔고, <효리네 민박>은 겨울에 재오픈했다.

최근 방영 중이거나 방영했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나열해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KBS2 <배틀트립> <거기가 어딘데?>, MBC <선을 넘은 녀석들> <오지의 마법사>, JTBC <뭉쳐야 뜬다> <비긴어게인2>, 채널A <도시어부>, tvN <섬총사2>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등 모두 어딘가로 떠나서 벌이는 이야기들이다. 여기에 SBS <불타는 청춘> KBS <1박2일> SBS <정글의 법칙> 같은 여행을 기반으로 하는 장수 프로그램들도 여전히 인기다.

여행 예능이 먹방과 함께 대세를 이룬 올해 조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욜로 열풍과 맞물려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는 이야기들이 눈에 띄었지만 최근에는 보다 작고 평범한 여행기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삶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보여주는 <숲 속의 작은 집> 같은 라이프스타일 예능보다 실제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접근 가능한 체험을 내세운 ‘관광형’ 여행 예능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추세다.

▲ 지난달 28일 방송된 tvN <짠내투어> 화면 갈무리. ⓒtvN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가성비와 스몰럭셔리를 추구하는 <짠내 투어>다. 지난달 한국소비자포럼이 주최하는 ‘2018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여행 예능 부문을 수상한 바 있는 <짠내 투어>는 평범한 사람들이 휴가를 내고 떠날 때 직접적인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위주로 여행을 진행하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김생민의 짠돌이 캐릭터에서 발화한 기획이지만 오히려 그가 낙마한 후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정보 제공을 전면으로 내세운 <배틀 트립>도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여행 예능이다. 두 팀으로 나눠 저렴한 비용으로 얼마나 알차게 여행을 즐기고 오는지를 놓고 대결을 벌이는데, 사실상 승패보다는 여행지 소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실제로 이들 프로그램은 여행 업계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접했던 블라디보스토크는 최근 여러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두루 다녀가면서 최고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예전에 <꽃보다 누나>가 크로아티아를 다녀간 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바 있다.

꾸준한 시청률을 자랑하는 JTBC <뭉쳐야 뜬다>, 부산MBC <좌충우돌, 만국유랑기>를 비롯해 새롭게 시작한 ONT<보딩패스>, TV조선 <땡철이 어디가> 등도 마찬가지로 관광에 포커스를 둔 여행 예능이라 할 수 있다. 여행 예능의 선두주자인 나영석 사단의 경우 방송을 통해 여행의 설렘과 체험을 예찬한 다음, 홈페이지에 여행지 정보를 세세하게 정리해 편의를 도모한다.

올해 초만 해도 단순한 관광, 단순한 여행은 식상한 콘텐츠처럼 보였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는 ‘욜로’나 ‘소확행’과 같은 키워드와 맞물려 예능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요즘 시청자들은 실현 가능하거나 간접 체험의 감흥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여행기, 보다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먹방’과 관광형 여행 예능이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이 꽤나 흥미롭다. 우리 사회가, 젊은 시청자들이, 어떤 목마름을 느끼고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면서도 떠나고픈 갈증을 달래주는 여행 예능이 지금 인기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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