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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의장의 궤변

"특수활동비 폐지" 공언했지만 특활비 공개 판결에 불복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8.09 13: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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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국회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들의 공식적인 ‘검은 돈’이었다.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각 상임위 위원장 등이 국민의 세금을 영수증도 없이 쌈짓돈처럼 썼는데, 언론과 시민단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고나서야 ‘개선하겠다’,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불법적 특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말을 바꾼 사람은 국회의장이다. 문희상 의장은 취임에 앞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특활비 ‘폐지’가 목표”라고 했다. 그는 “대명천지에 깜깜이 돈이나 쌈짓돈이란 말 자체가 있어선 절대 안 된다”고 공언했다.

얼마나 듬직한가. 그런 그가 국회의장이 되었으니 이제 국회에 특활비같은 국민의 믿음을 배신하는 예산낭비는 없을 것으로 기대할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국회의장에 취임한 뒤 그가 취한 조치는 표리부동하다.

보도에 따르면, 문희상 의장이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가 제기한 국회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하고 기어코 항소하겠다고 한다. 문 의장 측은 ‘20대 국회 특활비는 현역 의원들이 사용한 거라 공개되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대책 마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너저분한 변명을 내쏟고 있다.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특활비를 지출했는지 ‘알권리’가 있고 언론은 이를 보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국회 스스로 떳떳하게 밝히지 않아 법원까지 간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다시 항소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장부터 특활비를 반납하거나 사용 내역을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 의장은 “금년에는 그렇게 마음대로 할 일이 아니다”면서 “4당 (원내)대표가 지금 논의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고, 다른 국가기관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특활비에 비분강개하던 국회의장이 이제 와서 당 원내대표 논의 결과를 지켜보자고 한다.

한국 국회의장 수준이 국회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국회의장을 둔 집권당이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의 모습을 문 의장은 몸소 실천하고 있다.

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린 20대 국회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예비금, 의장단 및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에 대해 국회가 또 항소를 제기한다면 추가 변호사 비용이 나가게 된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변호사)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정보공개를 지연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쓰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보도에 의하면, 국회 관계자는 국회 특활비 등 정보공개 소송에서 국회가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항소하는 이유에 대해 “전임 의장 때 이뤄진 일들이 공개되면 곤란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의장으로 있을 때는 자신이 이해관계자라서 안 되고, 전임 의장은 전임 의장 예우 차원에서 안 된다는 말이다. 이 무슨 궤변인가.

여야는 그간 ‘깜깜이’로 사용된 국회 특수활동비를 내년부터 영수증 증빙을 통해 투명화하기로 했단다. 투명화가 아니라 얼마나 국회에 가짜 영수증이 판을 치게 될지 벌써부터 우려가 앞선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특활비를 받지 않거나 전액 반납하겠다’고 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런 문제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국회의 특활비 대처와 국회의장의 대응 방식은 국회 무용론까지 야기한다. 시민단체, 언론, 국민 모두가 반대하고 비판하는데, 다수의 정치인들은 기득권에 연연하며 여야 협치로 포장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협치’를 부르짖던 내용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면, 더 이상 20대 국회에 기대할 건 없다. 범죄 수준의 특활비 지출과 외유 낭비를 전통으로 이어오며 어떻게든 기득권, 특혜에 기대는 국회는 국민의 우환거리가 될 것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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