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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야기, 꼭 무거울 필요 있나요"

KBS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 경증 치매인들의 유쾌한 도전기..."치매 우리 모두의 문제" 구보라 기자l승인2018.08.16 15: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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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방영한 KBS 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연출: 김명숙 길다영)은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는 일에 도전한 과정을 담아냈다. ⓒKBS

[PD저널=구보라 기자] 지난 9일 방영한 KBS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 1부 '치매는 처음이라'편은 경증 치매인들이 음식점 '서빙'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프로그램에는 치매인을 치명적인 질환에 걸린 환자가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바라본, 따뜻한 시선이 곳곳에 드러났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은 김명숙 PD가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열린 ‘오더 미스테이크’ 프로젝트를 인터넷 뉴스로 접하면서 시작했다. 

‘오더 미스테이크’ 프로젝트는 오구니 시로 NHK PD가 치매진료센터와 함께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서빙하는 레스토랑을 차려보는 이벤트였다. 주문을 잘 못 받아도 화내는 손님이 없는 특별한 식당의 존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제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000만 인구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호주 등도 카페, 세차장, 마트 등의 형태로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곧바로 오구니 시로 PD에게 한국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김명숙 PD는 지난해 9월 두번째로 열린 오더 미스테이크' 행사 취재를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오구니 시로PD는 김 PD에게 "행운을 빈다"며 응원을 보냈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 기획에 들어간 김명숙 PD와 길다영 PD는 우선 경증 치매인으로 대상을 좁혔다. 

지난 14일 KBS에서 만난 김 PD는 “경증 치매 환자는 간병이 필요한 중증 치매와 다르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어쩔 수 없이 가끔 실수를 하지만, 스스로 실수했단 걸 깨닫고 주위 눈치까지 본다”고 했다. 

▲ 지난 9일 방영한 KBS 스페셜 <주문을 잊음 음식점>(연출: 김명숙 길다영)은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는 일에 도전한 과정을 담아냈다. ⓒKBS

섭외 대상을 정한 제작진은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서울 지역 26곳의 치매안심센터와 KBS 방송 스크롤을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김 PD는 “우리나라에서 ‘치매 환자들이 서빙을 하는 음식점’을 기획한다면, 지원하는 사람이 있을지 확신이 들진 않았다"고 걱정했지만 100명에 가까운 경증 치매인이 지원서를 냈다.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추린 5명이 <주문을 잊은 음식점> 서빙을 맡은 5인방이다.

의외의 호객 실력을 보여준 치매 9년차의 최인조 할아버지(77).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한 치매 7년차 이춘봉 할아버지(83). 수즙음이 많은 정광호 할머니(82). 친숙한 옆집엄마같은 모습을 보여준 정옥 할머니(78), 귀요미 막내 김미자 할머니(76)까지. "스스로 노력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용기를 냈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의 총 지배인은 방송인 송은이 씨가, 요리는 이연복 셰프가 맡았다. 지난 9일 방송에선 참가자 모집과 음식점을 준비하는 과정 등이 담겼다. 

제작진 입장에선 경증 치매인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시선으로 담아낼지가 가장 신경쓴 부분이었다.

길다영 PD는 “<주문을 잊은 음식점>은 지금까지 다큐멘터리나 <KBS 스페셜>이 가진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다"며 "치매를 앓아도 항상 우울한 삶을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길 PD는 “무엇보다 출연한 분들이 혹시나 희화화되진 않을까 조심했다"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치매가 일종의 치부로 여겨지고, 어르신들도 ‘우리가 바보처럼 비춰지진 않겠지’라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명숙 PD는 1부 방송 이후 최인조 할아버지의 아내인 나홍자 할머니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김 PD는 “방송을 본 지인들에게 ‘남편이 너무 열심히 해서 보기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며 "제작진도 더 힘내서 2부를 만들어달라고 하셨는데,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울림이 있었다는 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16일 방송되는 2부에선 <주문을 잊은 음식점> 5인방의 본격적인 서빙 도전기가 펼쳐진다.   

길다영 PD는 “환자 가족들은 이미 치매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치매에 대해 잘 모르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분들이 2부를 보고 치매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명숙 PD는 “치매는 할머니·할아버지나 부모님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미래에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다"며 "치매 문제를 사람들이 ‘우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않고 한번쯤은 제대로 응시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 <주문을 잊은 음식점> 단체 사진. 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길다영 PD. 가장 오른쪽이 김명숙 PD. ⓒKBS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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