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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를 꿈꾼 PD의 '경쟁 없는' 힙합 프로그램 탄생기

16일 방송 SBS '방과 후 힙합', 10대 학생들이 보여준 진정한 '힙합 정신' 도준우 SBS PDl승인2018.08.16 16: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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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도준우 SBS PD] 나의 꿈은 래퍼였다. 지금은 시사교양PD라는 직업을 갖게 됐지만 여전히 힙합을 사랑하며 틈틈이 음악 작업도 하고 있다. 그렇기에 힙합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PD가 된 뒤부터 쭉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소망이자 목표였다.

아마 3년 전쯤이었을 거다. 그때부터 힙합 프로그램 기획안을 회사에 내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도 있었고 오락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기획안마다 형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핵심 내용은 항상 "랩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라!

이런 생각은 기존 힙합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미리 밝히 건데, 나는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고등래퍼>를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본 애청자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비주류였던 힙합 음악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배고팠던 래퍼들이 랩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나에겐 가슴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항상 불편한 지점이 하나 있었다. 래퍼들이 랩으로 평가받고 순위 매겨진다는 것.

'힙합'은 음악이자 하나의 정신이며, 삶의 태도다.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것'이 바로 '힙합 정신'이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 삶 자체가 '힙합'이다. 힙합 정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힙합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랩을 잘해야 인정받는 게 아닌, 용기 있게 자기 이야기를 뱉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랩이 경쟁과 평가의 도구가 아닌, 순수하게 자기 이야기를 담는 도구가 되는 프로그램.

이런 기획의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10대라고 생각했다. 자기감정에 솔직하며, 자기 이야기를 눈치 안보고 맘껏 할 수 있는 세대. 이렇게 '10대'와 '힙합'이 만나 <방과 후 힙합>이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 16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SBS 파일럿 프로그램 <방과 후 힙합>.

그러다보니 '<고등래퍼>와 다른 게 뭐냐?'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에 대한 대답은 첫째, 경연 프로그램이 아니며 둘째, 래퍼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출연자라는 거다. <고등래퍼> 출연자들의 정체성은 고등학생보다는 래퍼에 가까웠다. 이미 음악 활동을 하고 있거나 래퍼를 꿈꾸는 학생들이었다.

반면, 16일 방송되는 <방과 후 힙합>은 랩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일반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다. 그렇기에 요즘 10대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프로그램에 많이 녹아있다. 랩을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랩 실력보다는 이야기, 경쟁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둔 게 <방과 후 힙합>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많이 받는 질문이 또 하나 있다. 왜 힙합 프로그램을 시사교양 PD가 만드냐고. '힙합'과 '교양'이라는 단어가 함께 있는 게 영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작년까지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하던 사람이 갑자기 '힙합'으로 뭘 만든다하니 의아하게 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역설적으로 <방과 후 힙합>은 시사교양 PD라서 제작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왜냐하면 <방과 후 힙합>은 힙합의 음악적 측면보다는 힙합의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기획한 프로그램인데, 시사교양 PD들의 삶 자체가 ‘힙합’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힙합의 정신은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시사교양 PD들이 늘 하는 일이 그것이지 않은가. 권력자들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

<방과 후 힙합>에는 랩을 기막히게 잘하는 사람도, 경연이라는 재미 요소도, 디스(DISS)와 같은 독소도 없다. 그래서 ‘이렇게나 착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볼까’하는 의문을 스스로 가져본 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랩을 해본 적 없는 평범한 학생들이 랩으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무대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자체가 놀랍고 기특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할 땐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었고, 무대는 우리가 처음 학생들을 만났을 땐 상상도 못했던 무대였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시청자들도 함께 느꼈으면, 그리고 힙합의 멋을 제대로 느꼈으면 한다. 10대들의 이야기가 10대를 겪은 모든 세대들에게 뜨겁게 닿기를! 눈치 볼 일 많고 할 말 다 하고 살기 어려운 사회에서 <방과 후 힙합>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기를 바란다.

 


도준우 SBS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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