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위법 관행, 언제까지 휘둘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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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관행 용납해선 공영방송 바로 세울 수 없어

[PD저널=감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잘못된 관행을 중단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방송처럼 공정성과 신뢰성이 중시되는 공영방송사 이사 선임에서조차 정치권은 기득권 관행을 지키기 위해 '방송 부역자들'을 반강제로 밀어붙여 시민과 언론단체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신임 이사 2명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직접 지목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는 이효성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고 “현 방통위원들은 더 이상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이사 선임 개입에 반대하며 이사 추천부터 선임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권의 기득권 관행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현실은 안타깝다.

정치권의 이사 선임 관행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되는 현실을 개탄만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적폐 청산은 인적 청산과 함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것이다.

또 다시 한차례 소동으로 끝나는 식으로 정치권의 관행을 용납, 지속되도록 해서는 공영방송을 바로 세울 수 없다.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부적격 인사’들은 방송사 내에서도 공정방송을 망친 장본인으로 지탄받았는데, 이제 방문진 이사 행세를 하며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송 영역을 정치영역으로 끌어들여 향후 더 공정성 시비를 확산시킬 기회가 많아졌다.

▲ KBS, MBC ,EBS 사옥 사진.

방통위가 공영방송사 이사 선임을 독립적으로 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방통위는 신뢰를 받는 게 쉽지 않다. 정치권은 절대로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17일 홍보본부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방통위원장이 대놓고 마녀사냥식의 압박을 하고 있다”며 “정당의 추천을 받아 방통위원들이 정당과의 협의를 통해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방송법의 정신에 따른 정당한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방통위원장, 방통위원이 인사 기본 원칙을 내세워 지금부터라도 공정방송 이사 선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의 주문에 지금처럼 굴복하면 앞으로 있을 지상파‧종합편성채널 관련 심사와 평가를 공정하게 할 수 있을까.

인사 원칙을 수립하는 것과 동시에 방통위가 관행 단절을 선언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치권의 주문‧압력에 밀려 이사를 선임하는 식으로는 문재인 정부도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정치권의 나눠먹기 관행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우선할 수 없다.

방통위는 정치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정치권의 압력, 주문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부당한 주문과 압력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방통위의 신뢰는 물론 문재인 정부 지지도에도 치명타를 입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를 자부한다면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관행을 지켜주는 데 방통위가 휘둘려서는 자유한국당과 함께 방통위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은 투명하지도 않았고 위법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KBS‧EBS 이사 선임도 남아 있다.

정치권의 기득권 관행은 공영방송을 황폐화시키고 중립성과 신뢰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정치권은 부당한 관행을 스스로 내려 놓지 않을 것이다. 방통위가 비장한 각오로 앞장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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