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 새로운 뉴미디어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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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 새로운 뉴미디어 활용법
실종된 딸 SNS 통해 추적하는 스릴러... PC SNS 화면으로만 구성한 색다른 시도
  •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 승인 2018.08.2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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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이 영화는 스릴러이다. 암으로 아내를, 엄마를 잃은 부녀 데이빗과 마고는 슬픔을 극복하고 서로를 위안삼아 평범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다고 딸에게 잔소리를 하고 학교는 괜찮은지 걱정을 하는 보통 아빠 데이빗. 또래 소녀들처럼 친구 집에서 숙제를 하고 명랑한 얼굴로 웃는 딸 마고. 이제 일상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느끼는 이 때, 마고가 실종된다.

목요일 밤, 데이빗이 잠을 자는 사이 마고에게서 세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금요일 하루 종일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딸이 실종되었음을 직감한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동생에게 연락을 하고 어떻게 마고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마고의 노트북을 연다.

딸의 친구 연락처는 고사하고 딸이 누구와 친한지 누구와 어울려 다니는지 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데이빗은 노트북에 있는 마고의 계정을 따라 딸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마고와 실제로 잘 알지 못하거나 sns상에서만 알고 지내거나 마고를 이용하는 아이들일 뿐. 아무런 단서도,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데이빗은 점점 초조해져만 가고 그런 그가 믿을 곳은 사건 담당자인 실종 전담 형사 로즈마리뿐이다.

그러나 마고의 계정을 통해 네트워크를 헤매던 데이빗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딸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고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사실들과 만나면서 점점 혼란에 빠져든다.

▲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 스틸컷.

오는 29일 개봉하는 <서치>는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다. 십대 소녀인 마고는 아버지 데이빗이 태어나 자란 세대와 분명히 다르다. 전통적인 가족 구성원, 전통적인 학업방식이 있는 학교,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금의 십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인터넷과 각종 스마트 기기가 주변에 놓여있는 세대이니 그들만의 고유한 사고방식이 있는 것이다.

마고의 세대들에게 이 모든 디바이스들은 자신의 사고와 활동 반경을 확장하는 도구이며 스스로의 기억과 행적을 기록하는 외장하드이다. sns로 만나고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학습하고 경험치를 쌓는다.

영화 <서치>는 마고라는 십대 소녀의 실종이라는 텍스트로 내러티브를 이어가지만 그 형식과 내용은 마고로 대변되는 십대, 새로운 세대, 신인류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서치>는 21세기의 매체를 적절하게 활용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연출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1991년생.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출신으로 구글 프로젝트와 함께 다수의 광고 제작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아온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 <서치>를 선보인다.

러닝타임 내내 기존 영화에서 보던 화면은 단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관객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면서 데이빗과 함께 페이스타임을 통해 마고와 로즈마리와 피터와 통화를 한다. 모니터에 열리고 닫히는 수많은 창들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컴퓨터에 저장된 동영상과 CCTV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알아 간다.

<서치>는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21세기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이용하는 새로운 디바이스, 매체들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이런 발상을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구글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래스의 홍보영상 <구글 글래스 : 시드>를 만든 전력이 있다. 인도에 있는 어머니에게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이 홍보영상은 24시간 동안 100만뷰를 돌파했다고 하니 그의 새롭고 신선한 시각과 적절한 매체 활용법에 놀랄 수밖에 없다.

SF 영화에서나 단편적으로 접하던 생활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서치>는 누군가의 삶의 단면을 뚝 떼어다가 보여주는 것 같다. 아, 물론 내용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눈을 뜨면 아마도 무의식중에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쥐지 않는가.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작업창들을 띄운다. 일하는 도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부재중 전화로 넘어가기도 하고 페이스 타임으로 화상통화를 한다. 모니터에는 여러 개의 작업창이 떠있고 시시때때로 정보를 찾아 서칭을 한다.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송금을 하는 것도 전화를 거는 것도 단말기 하나로 충분하다.

<서치>는 그런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객관적으로 화면을 통해 보면 어딘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생소함은 무엇일까. 매일 이용하는 기기들임에도 아직까지 ‘도구’로만 받아들이고 있어서일까. 실제로는 이미 이것들은 ‘도구’를 지나 ‘일상’이 되고 ‘삶’이 되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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