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으로 태풍 중계 나선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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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취재진 안전모 착용도 안 해..."비바람 잘 보여야" 취재 관행 여전

▲ 23일 오전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의 한 장면 ⓒ SBS

[PD저널=이미나 기자] 한반도가 본격적으로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든 가운데, 취재기자들이 강한 비바람을 맞으며 현장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22일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의 취재진은 태풍 솔릭의 경로를 따라 제주도에서 현장 중계에 나섰다. 태풍 소식을 전한 리포트에선 방파제 앞에 선 취재기자들 뒤로 성인 키를 넘는 파도가 밀려오는 아찔한 광경도 연출됐다. SBS 아침뉴스에선 지역 네트워크 소속의 기자가 바람에 떠밀려 화면 밖으로 밀려나는 장면도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안전모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리포트에 나선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지상파 3사와 YTN의 경우 제주도 현장 중계에 나선 기자들이 모두 헬멧과 우비를 갖춘 상태였지만, 종편 4사와 연합뉴스TV 취재진은 헬멧 없이 강한 비바람을 맞으며 리포트를 이어갔다.

22일 JTBC <뉴스룸>, 23일 연합뉴스TV 뉴스특보에서는 거센 비바람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제주도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23일 TV조선 <신통방통> 태풍 현장 중계는 거센 바람에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 JTBC 연합뉴스TV TV조선 채널A(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자들이 비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태풍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재난재해의 위험을 현실감 있게 전해야 한다는 이유로 취재진의 안전을 도외시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예전에도 취재기자가 목에 밧줄을 묶고 중계에 나서는 등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취재 관행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등이 마련한 재난보도 준칙에 취재진 안전 확보를 위한 안전 장비 착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솔릭 태풍 뉴스를 접하는 시청자들도 '취재진이 위험한 상황을 감수하면서 전하는 뉴스보다는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안전 대책 등을 설명하는 뉴스를 바란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상파 소속의 한 기자는 "기자들도 위험한 포인트는 피하고, 몇 년 전부터 현장에 안전장비를 챙겨서 나가고 있다"면서도 "비바람이 화면에 잘 보이는 곳에서 (중계를)해야 한다는 관행이 여전히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상파의 기자는 "예전처럼 '목숨 걸고 찍어라'고 떠밀진 않지만, 방송사 내부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주기적으로 안전 교육을 하고 자연재해나 재난 취재의 안전 담당 책임자가 있는 해외 방송사와 비교하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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