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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 세계여행을 결심하다

[Discover the World! ①] 휴직·연수내고 밴쿠버행 비행기에 오르다 김태경 평화방송 PDl승인2018.09.04 11: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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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지도에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을 빨간색 깃발 모양의 스티커로 표시해놨다. ⓒ김태경 PD

[PD저널=김태경 평화방송 PD] 세계여행을 꿈꿔본 적이 있는가? 가끔은 길들여진 현실을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자유로움을 느껴보고 싶다. PD 남편과 3교대 근무로 일하는 간호사 아내가 만나 늘 상상하던 이야기다.

서로가 좋아서 한 결혼이지만 자기 몸 하나 챙기기 어려운 현실에서 유일한 휴식처는 바로 여행이다. 가까운 동네 산책부터 시작해서 근교나들이로 이어지는 일상탈출 연습. 기회만 되면 가방을 메고 떠난다. 순간을 기쁨으로 연출해야 하는 PD와 생명의 순간순간을 돌봐야하는 간호사에게 잠시 쉬어감은 참 고마운 일이다. 목적 없이 자연을 바라보고 의무감 없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라오스를 여행하던 중 만났던 노부부의 한 마디가 마음에 머문다. 'Discover the World!'

회사를 그만 두어야 떠날 수 있는 세계여행. 어렵사리 마련한 전셋집을 비워두면 발생하는 기회비용의 문제. 무엇보다도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들의 보이지 않는 기대감.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 세계여행을 선언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거실에 큰 지도를 한 장 붙이고 ‘은퇴 후에는 가능하겠지?’ 하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그 열망을 심어둔다. 함께 가보고 싶은 곳에 빨간색 깃발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고 한참을 바라보면 마음은 벌써 여행 중이다.

어느 날, 밤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함께 일하는 동기들이 하나둘씩 사직을 하고 이제 혼자 남았다고 한다. 간호사의 남편은 언제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내의 가까운 동기다. 한참을 귀담아 듣는다. 사람 돌보는 것을 사랑하고 그 일을 좋아하지만 몸과 마음이 방전된 아내의 모습이 참 안쓰럽다.

퉁퉁 부은 다리와 두 눈 아래로 검게 내려온 다크 서클. 하늘로 이별한 환자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방송 현장에서 고민하는 것은 부끄러운 불평이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내를 위한 출퇴근 셔틀, 퇴근 후 맛집 투어, 뭉친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특별 마사지 정도다.

결국 난 퇴사를 제안한다. 하지만 일은 그만두기 싫단다. 그렇다면 잠시 멈춤. 휴직을 제안해본다. 퇴사 후 세계여행은 많이 들어봤지만 휴직 후 세계여행은 새로운 시도다. 아내는 어학연수를 이유로 휴직이 가능했다. 난 아내의 연수를 명분으로 회사와 휴직을 협상한다. 아내를 홀로 외국으로 보낼 수 없다는 이유로 간절함을 담아 회사에 호소한다.

'Do What You Love, and Do it Often. (내가 더 사랑하는 것을 자주 하라)’ 라는 메시지를 기억하고 큰 용기를 낸다. 마지막은 양가 부모님 설득이다. 치열하게 달리기만 했던 30대, 그간 열심히 살았던 시간을 잘 어필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삶이 단단해질 수 있는 경험과 사람을 통해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오겠다며 포부를 밝힌다.

뜻밖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주신다. 아내의 덕이 크다. 양가 부모님 모두 건강하신 것도 감사한 일이다. 결국 휴직을 결정했고 한번쯤 살아보고 싶었던 나라를 물색한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아내와 잠시 ‘house husband’로 살아보는 낯설음의 시작이 코앞이다. 

떠나는 전날까지 생방송을 했다. 진짜 생방송은 지금부터다. 캐나다 밴쿠버로 간다. 학교 입학 허가서만 들고 넓은 세상으로의 라이브가 시작된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부모님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 캐나다 밴쿠버행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부모님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김태경 PD

‘30대...

오늘의 날씨만큼 화창한 시기
그러나 아직은 세상에 무젖어 있기는 부족한 세대,
미래에 그려질 삶의 빛을 찾아가는 시간
서른 즈음을 노랫말처럼
하루의 시간 시간이 머물러 있기에는
어느 세대의 시간보다 지나고 보면 소중한 30대의 시간에
새로운 경험을 찾기 위한 모든 결정에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너무 거대한 여행 목표를 갖지 말고
그냥 여행 중에 다가오는 낯선 현실을 즐기면서
세상 속에 작은 나를 돌아보고
때로는 생각을 비워버리는 기회가 되기를
힘들고 위험한 순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혜롭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짧지 않은 여행...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삶에서 소중한 자산으로 평생 기억될 것이다.
멋진 여행..멋진 시간..
채우지 말고 비워오는 여행이 되기를...’

고단하지만 그 일을 사랑하는 3교대 간호사와 늘 새로움을 찾는 방송사 PD가 부부로 만나 30대에 선택한 좌충우돌 여행이 시작된다. 


김태경 평화방송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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