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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갈증이 해갈되지 않을 때

[PD의 취미①] 스쿠버 다이빙에 빠지게 된 이유 강봉규 KBS PDl승인2018.09.06 12: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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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강봉규 KBS PD(<슈퍼맨이 돌아왔다> 연출)] 

 “잠깐 저기 대박이가 산에 오를 때 시선 컷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
 “없어? 음... 그럼 부감이나 상황 샷은 있나?”
 “......”
 “그럼 산 영상자료 넣고, 대박이 뒤돌아 볼 때 원 샷 좀 더 길게 붙이고, 계속 보자”

다시 영상이 흐르고 잠깐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다 되어간다. 아직 볼 게 하나 더 남았는데...... 몸이 점점 의자에 빠져 들어간다. 내 의식도 점점 파란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내 뒤로는 온통 누런 황무지다. 황무지 뒤로 멀리 보이는 산에도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잠시 ‘여기가 지구일까?’ 의심해 본다. 그런데 내 앞엔 이런 황무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하얀 모래사장과 한없이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바다 건너엔 내 뒤에 있는 것처럼 온통 황무지가 펼쳐져 있다. 참 이국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파란 바다를 왜 홍해라 부르는 걸까' 생각하며 바다에 발을 담가본다. 혹시 빨갛게 물들었을까 발을 들어보지만 그저 영롱한 바닷물과 그 밑으로는 산호 조각과 하얀 모래만이 널려있을 뿐이다. 한참을 걸어 바다로 나간다. 물이 겨우 무릎을 덮는다. 다시 몇 걸음 나아갔더니 투명하던 물이 시퍼렇게 변해있는 곳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낭떠러지 앞으로 무섭도록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제다 싶어 수경을 쓰고 스노클을 물고 오리발을 신는다. 그리고 살며시 몸을 바다에 누인다. 햇살이 물을 지나며 여러 색깔의 길을 낸다. 그 끝을 쫓다보니 깊은 심연이 어른거린다.

▲ ⓒ다합 프리다이브 아지트

나는 조심스레 낭떠러지 끝에 웃자란 산호를 손으로 잡고는 잠시 숨을 멈춘다. 이내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손을 놓고 오리발을 찬다. 그 깊은 파란 바다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아찔하다. 곡 리셋버튼을 누른 것처럼 온 몸의 감각기관들이 모두 곤두선다.

이제 내 몸은 온전히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위에 떠 있다. 얼른 몸을 돌려 낭떠러지 벽과 내 몸의 유격을 가늠해 본다.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시선을 조금씩 멀리 확대해 본다. 밑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절벽이 보인다. 옆에도, 뒤에도, 저 멀리 앞에도 보인다. 직경이 50미터는 넘어 보인다.

둥글게 펼쳐져 있는 벽을 자세히 보니 검은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산소통을 메고 수직으로 잠수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 바다 밑에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저 없이 오리발을 차며 공기방울을 연신 내뿜으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도 저 깊은 바다로 들어가 보고 싶지만 어설픈 자맥질과 짧은 스노클, 그보다 더 짧은 숨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나는 결심한다. 저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그리고는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이집트 다합에서 후르가다로 발길을 돌렸다. 나는 지금껏 20년 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프로그램에 매몰되어 제작하다보면 조금씩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 끝낸 메말라 버리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아무리 물을 마셔도 해갈되지 않는다. 이 해갈없는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는 건 바다, 그 파란 바다에 온 몸을 깊이 담그는 것뿐이다. 그러면 몸에 있는 리셋버튼이 눌리고 맑고 영양이 풍부한 물이 내 온몸을 채운다.

난 지금 인천공항으로 간다. 


강봉규 KBS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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