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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작의 유혹

교묘해지는 여론 조작의 기술자들... 취약해진 여론정치에 언론의 역할 커져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9.06 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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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에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국민을 기만한 여론 조작의 기술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허위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법의 심판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번에는 댓글공작 혐의로 경찰에 출두했다. 경찰청장 출신 최초로 경찰청에 소환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두하는 조 전 청장을 향해 “조현오는 정권의 사냥개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탄압했고 경찰 내부의 비판자를 색출하여 몰아냈다”며 “그런 자가 정권의 비호 하에 호의호식하면서 댓글 공작이나 하다 오늘 경찰청에 출석했다”고 주장했다.

한때의 동료 경찰마저도 돌팔매질하는 상황은 여론 조작 여부를 떠나 조 전청장의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 전 청장을 불러 수사중인만큼 그 진실의 실체는 법원에서 다투게 됐다.

진실은 인내심을 요한다. 진실이 드러날 때쯤이면 세인의 관심사에서 멀어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독 여론조작 사건은 많았다.

당시 정치권력은 연쇄 살인마를 매개로 여론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최근 '이명박 정부 당시 용산 참사를 덮기 위해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활용하라고 청와대가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2009년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 담당관에게 강호순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불통 정권’으로 비판받던 이명박 정권이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신설한 조직이 바로 국민소통비서관실이었다. 국민소통비서관이 국민 소통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고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을 했다는 소문은 당시에도 파다했다. 정권이 바뀐 뒤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사실 여부를 분명하게 확인해 준 것이다.

용산참사가 사회적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을 덮기 위해 연쇄살인마를 활용하려고 한 정치권력과 그런 언론플레이에 충실히 화답해준 미디어도 비판의 대상이다. 주요 신문과 방송은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하고 범죄 행위도 자세하게 묘사했다.. 용산참사는 저 멀리 잊히고 강호순 범죄 수법에 대한 적개심은 온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여론은 그렇게 요동쳤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여론조작사건은 또 다시 불거졌다. 소위 ‘드루킹 여론조작’사건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관여 여부 또한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방부, 사이버 사령부, 국군기무사 등 국가의 공적 조직이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드루킹 일당으로 불리는 민간 여론조작 조직까지 등장했다. 여기에는 변호사들까지 가담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댓가로 인사청탁까지 한 국정문란 행태가 드러났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론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조작이 쉽고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론조작사건은 종종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미디어 소비행태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개인화 되고 SNS 댓글과 ‘퍼나르기’로 공유가 쉬워져 간단한 기술로 찬성 반대 댓글을 의도대로 만들기가 쉬워졌다.

여론조작이 쉬워졌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인 여론정치가 그만큼 취약해지고 위험에 노출돼 예방과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댓글 여론을 부정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 댓글을 인위적으로 조작, 왜곡, 과장, 축소하려는 시도는 그 효과, 그 결과 여부를 떠나 민주주의를 위협,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중범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그럴듯한 가짜뉴스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유도 바로 여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거짓말 기자회견’ ‘교묘한 언론플레이’ ‘노골적 댓글 공작’ 등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가 가짜뉴스 생성원리를 파악, 매체간 상호 감시와 함께 팩트체크를 철저하게 해 미디어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 바른 여론 형성을 돕는 길이 될 것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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