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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인권 감수성' 못 따라가는 방심위

성폭력 사건 피해자 인권보호 등 규정 개정 필요성 제기... 방심위도 개정 논의 들어가 김혜인·이미나 기자l승인2018.09.10 12: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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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이미나 기자] 지난 5월 A 씨는 샤이니 멤버 故 종현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를 내보낸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넣었다가 기각 통보를 받았다. 방심위는 A 씨가 문제가 있다고 본 프로그램에 방송심의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사건·사고 보도에 통상적으로 관련 CCTV가 함께 방송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의 규정을 적용해 제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였다.

방심위의 기각 사유에 대해 A 씨는 “이 프로그램의 내용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유가족이나 소속사에 먼저 동의를 구할 수는 없었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유명인의 자살 보도와 미투운동 보도에 대한 시청자의 인권 감수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방심위의 인식과 심의 규정은 제자리걸음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을 강타한 '미투운동'과 2차 가해자로 지목받은 언론 보도의 영향이 크다.   

올 상반기에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사에 내린 시정권고 3건 중 1건은 '성폭력 가해자의 행위 묘사', '피해자 신원 공개' 등 미투운동 관련 보도였다. 전년도 상반기(27건)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방송의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방심위가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결과를 보면 보수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의혹 보도에 김지은 씨의 과거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삽입한 방송사들이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했지만, 모두 기각 결정을 받았다. 방심위는 김 씨가 이미 자신의 신분을 공개했기 때문에 자료화면을 쓰는 게 문제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나은 민언련 정책팀 활동가는 “해당 보도들이 나온 직후 여성가족부와 기자협회는 문제가 있는 성폭력 사건 보도로 꼽았는데, 방심위는 기각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KBS <뉴스9>는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한 김지은 씨의 과거 정무 수행 당시 모습을 부각해 방송했다. (김지은 씨의 얼굴에 따로 모자이크 처리함) ⓒKBS

방송심의 규정 개정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성폭력·자살 보도 조항을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심의 규정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보호를 담고 있는 조항은 따로 없다. 

자살 관련 보도 역시 '인명을 경시하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다뤄서는 안된다'(26조 생명의 존중), '자살 장면 등을 직접적으로 묘사해선 안된다(38조의 2 자살묘사) 정도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을 생중계한 방송 심의에서 적용 조항(품위유지 조항)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위원들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성폭력·범죄·자살 등 ‘인권 관련’ 조항은 방송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언론중재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정권고 심의 기준을 개정했다. ‘피해자의 피해상태와 사생활, 가해자 범행 수법 등을 자세히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심의 기준에 ‘자세히 보도하거나 선정적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방심위는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 이후 재난방송 규정을 대대적으로 보강한 전례가 있다. '정확한 정보 제공' 조항과 함께 '피해자의 안정을 저해하는 방송 금지', '사전 동의 없는 피해자 촬영 금지' 등의 내용이 이때 신설됐다. 

안팎의 요구에 방심위도 심의 규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23일 심의 규정 개정 연구반이 첫 회의를 열고 오는 10월까지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정·신설 검토 대상에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혐오 표현과 공정성·객관성 조항 등이 포함됐다. 

한 방심위원은 “1인 방송, 혐오 사이트 등이 활성화하면서 혐오 표현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심의 규정에선 제재할 조항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인권 관련 조항에 혐오 표현 금지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혜인·이미나 기자  key_mai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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