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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심판대' 위에 선 여성 진행자들

시사토론 프로그램 여성 진행자 늘지만...젠더 이슈 나올때면 "편파적" 비판 줄이어 김혜인 기자l승인2018.09.13 1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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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여성이 늘면서 여성이 진행을 맡은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진행자라는 이유로 남성 진행자보다 엄격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 진행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진행자의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한 장르다. 지난해 6월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팀이 한 달 동안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발표한 ‘미디어 성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시사토크프로그램 진행자의 남녀 성비는 각각 36명, 4명으로 9대 1이었다. 생활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남성 진행자가 137명(60.9%), 여성 진행자가 88명(39.1%)였다. 

최근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유리천장'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다. MBC <100분 토론>, KBS1 라디오 <열린토론>,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모두 여성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KBS <추적 60분>도 오는 14일부터 최지원 CP가 새 진행자로 나선다.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고, 프로그램에 여성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100분 토론>을 담당하고 있는 이학수 기자는 “김지윤 박사는 정치 외교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다른 방송에 패널로 출연했을 때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토론 프로그램 특성상 매주 여러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진행자로 섭외했다"고 말했다. 

손희정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사회 전반에 퍼진 페미니즘 영향과 중년의 남성 진행자 일색인 프로그램이 진부하다는 평가가 여성 진행자의 증가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시사토론프로그램에 여성 진행자들이 늘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MBC<100분토론>의 김지윤 박사, KBS<저널리즘비평J> 정세진 아나운서, KBS<추적60분>최지원CP, KBS1라디오<열린토론> 김진애 도시계획학 박사.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이끄는 여성 진행자가 늘고는 있지만, 여성 진행자는 '여성' 과 '진행자'라는 이중의 잣대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젠더 이슈를 다룬 방송에선 편향적인 진행을 지적하는 시청자의 반응이 두드러진다.        

지난 7월 김지윤 박사는 ‘남혐vs여혐’을 주제로 첫 방송을 마친 뒤 "여성 편을 들었다" "젠더 이슈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열린 토론> 청취자 게시판에 올라온 '김진애 박사의 진행이 편파적'이라는 글의 내용도 자질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인신공격성 글이 대부분이다. 

최지원 <추적 60분> CP는 “과거 시사프로그램 제작할 때 젠더성이 강한 아이템이 나간 뒤에는 ‘취재를 한 PD가 여성이라서 이런 시각을 드러냈다'고 탓하는 글이 올라온다"며 "예전에 <KBS스페셜>에서 출산에 대한 고충을 담은 방송을 했는데, 남성 시청자들로부터 격한 반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많은 여성 전문가들이 방송 출연 섭외 요청을 받고 쉽게 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 출연자들이 전문성과 관계없는 외모 품평을 받은 장면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날 종편 뉴스를 진행하는 한 앵커는 클로징 멘트로 '여자 대통령은 끝났다'고 말했는데도,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며 "이와 달리 여성 진행자가 젠더 이슈에 관해 중립적으로 이야기하는데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여성 진행자들의 진행 내용과 자질과 별개로 "편향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에서 여성들의 비중을 더욱 늘리면 소수의 여성 진행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희정 연구원은 “여성 진행자들에게 유독 엄격한 평가 기준은 자신있게 소신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여성 진행자의 비중을 더욱 늘리면 시청자들의 이해와 인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MBC<100분 토론>에서는 지난 7월 24일, '남혐vs여혐' 대한민국을 흔드는 위험한 이분법을 주제로 토론했다.ⓒMBC

 


김혜인 기자  key_mai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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