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드래곤 성공에 방송사들 분사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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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드래곤 성공에 방송사들 분사 '고심'
SBS, 드라마PD 대상 찬반 투표 반영해 분사 여부 결정...JTBC '드라마부문 스튜디오화' 검토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8.09.1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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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가 최근 드라마본부 분사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가 연이어 흥행하면서 SBS·JTBC 등 다른 방송사도 드라마조직을 분할해 독립된 제작사를 차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판권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수직 계열화를 통해 드라마 경쟁력을 확보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BS는 지난해 추진했다가 내부 반발로 무산된 드라마본부 분사안을 최근 다시 꺼내 들었다.  

1년 만에 드라마본부 분사안이 다시 부상한 이유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광고시장의 위축과 드라마 제작 여건 악화, 인력 유출 등의 삼중고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CJ ENM의 드라마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공격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2016년 설립된 스튜디오드래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스타 작가와 연출자들을 한 지붕 아래 끌어들였다. 4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미스터 션샤인>과 올해 말 방영 예정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대작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후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시총 3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 1541억원, 당기순이익 167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BS 드라마본부 분사 논의는 적극적인 투자 유치의 목적도 큰 것으로 보인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지상파의 틀에서 벗어나면 대규모 투자와 함께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 공동제작도 가능해진다. 

지난 6월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새로운 플랫폼 유입에 따른 방송콘텐츠 전략의 변화> 세미나에서 김일중 SBS 글로벌제작사업팀 차장은 "넷플릭스에서 SBS에 제작비를 투자할 테니 제작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지만, 저작권 등의 문제 때문에 불발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SBS 드라마본부 분사에 대한 내부 여론은 대다수 드라마PD들이 반대했던 지난해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 7월 SBS 드라마 평PD협회는 드라마 분사 관련 찬반 투표 결과 39명의 투표자 가운데 38명이 반대를, 1명만 찬성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 6월경 SBS는 드라마본부 PD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드라마본부를 자회사인 스토리웍스와 통합해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본부 PD의 정년 보장과 성과 보상 강화 등의 보완책도 제시됐다.  SBS는 드라마 PD를 대상으로 드라마 분사 찬반 투표를 거친 뒤 다음 주께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SBS 한 드라마 PD는 "드라마 시장에서 지금의 체제로선 스튜디오드래곤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 경쟁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진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며 “물론 분사만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결책인지를 놓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회사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SBS 한 관계자는 "(분사안은) 위기감에서 나온 복안"이라며 "경쟁이 과도화된 드라마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논의인 만큼 이번에는 분사안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드라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드라마 조직을 분리하는 논의는 SBS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다.  

JTBC도 지속적으로 드라마 부문의 스튜디오화를 검토해왔다. JTBC 드라마국과 실질적으로 JTBC 드라마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드라마하우스를 통합해 독립된 스튜디오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홍정도 JTBC 사장도 지난 1월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사를 통해 "방송시장은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방송 채널이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 다양한 콘텐트를 생산하는 프로덕션 하우스로 거듭나야 한다. 굳이 우리 채널에 편성하지 않더라도 디지털을 위한 콘텐트, 글로벌 수요를 목표로 한 콘텐트를 만들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JTBC의 계열사인 제이콘텐트리는 최근 3년 만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끌어 모은 자금은 대부분 드라마 지식재산권(IP) 확보나 대작 드라마 투자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JTBC가 회당 제작비가 10억 원이 넘는 작품을 2019년에 2편, 2020년에 3편 정도 제작해 방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송사 계열의 드라마 제작사의 출현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2016년 <신문과 방송>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당분간 이러한 수직적, 수평적 통합을 통한 대형화의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화의 추세 속에서 기존 외주제작사들의 활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사의 드라마부문 수직계열화가 어떤 결실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방송사 계열사인 드라마 스튜디오가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할 경우 방송사도 위험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KBS와 KBS미디어 등이 공동 출자한 몬스터유니온도 아직까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몬스터유니온은 최근 <너도 인간이니> <슈츠>, <거기가 어딘데> 등의 KBS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았다. 몬스터유니온은 지난해 156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제작비가 이를 상회해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 8월 양승동 KBS 사장은 "몬스터유니온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소통이나 검토가 부족한 채로 출범한 것이 사실이고, 내부적인 갈등과 불신도 있었다. 경영상 적자도 예상이 됐다"며 "한 달 전쯤 신임 사장을 선임했고, 내부적으로 정비 중이다. 조만간에 외부에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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