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실태조사한 노동부, 스태프에게 '사용자'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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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와 '턴키계약' 맺은 팀장급 스태프 근로자성 부인 결론... 노동 관계법 위반으로 주의 조치

[PD저널=김혜인 기자] 드라마 제작현장 근로실태를 조사한 고용노동부가 팀장급 스태프를 사용자로 보고 노동 관련법 위반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조사 결론을 냈다. 방송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으로 꼽힌 ‘턴키계약’을 고용노동부가 인정해준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말 tvN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가 제작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고용노동부에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고용노동부는 KBS <라디오 로맨스>, OCN<그 남자 오수>, tvN<크로스>등 제작 현장을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 결과를 최근 확정하고 관련 부처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근로감독을 벌인 드라마에서 조명·동시녹음·장비팀장을 맡았던 스태프에게 노동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주의' 공문을 보냈다. 팀원을 고용하고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연장근로 제한 위반, 최저임금 위반, 서면 근로계약 미작성 등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드라마업계에선 조명·동시녹음·장비·미술팀의 경우 팀장을 맡은 스태프가 대표로 제작사와 하도급 용역계약(턴키계약)을 맺는 게 일종의 관행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계약 관계를 고려해 팀장급 스태프를 특수사업자로 보고 사용자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제작사가 개인별로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연출·제작·촬영 스태프에 대해선 제작사가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의를 줬다.

▲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턴키계약근절 및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조명감독 스태프 비상대책위원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정의당의원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 방송계 내부에선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책임을 묻지 않고, 울며 겨자 먹기로 턴키계약을 맺은 스태프만 갑질하는 사용자가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19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과 기자회견을 연 추혜선 의원은 “턴키 계약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스태프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계약방식”이라며 “고용노동부가 발표해야 할 결과는 감독들에 대한 ‘주의 조치’가 아니라 스태프들의 실제 사용자인 방송사, 제작사에 대한 ‘주의 조치’와 일방적인 턴키 계약 근절 요구”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의 감독 결과로 불공정 계약 관행의 근절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언론단체들은 턴키계약을 맺은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달라고 근로감독을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가 방송사와 제작사 대신에 팀장급 스태프에게 사용자 낙인을 찍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20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사와 제작사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턴키 계약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일부 제작사를 중심으로 보이고 있는 드라마 계약 관행 개선 움직임에도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됐다. 이달 초 CJ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턴키계약 관행에서 벗어나 스태프와 개별 계약을 맺는 걸 원칙으로 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을 협력 제작사 쪽에 전달했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로 턴키계약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고 턴키계약을 맺은 팀장급 스태프만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최정기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대로라면 CJ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을 따라서 스태프들과 개별계약을 맺으려는 제작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팀장급 스태프들을 독립된 사업주로 봤기 때문에 이들은 일하면서도 다치거나 피해를 입어도 책임을 물을 곳이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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