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의원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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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의원의 ‘내로남불’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로 연일 스포트라이트... 국회 특활비 '쌈짓돈' 지출 잊었나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8.09.2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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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일 뉴스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재정정보시스템에서 얻은 정보를 근거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가 부당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참모진이 소관 업무회의에 참석하면서 수당을 부적절하게 받았다는 내역도 추가로 공개했다.

심 의원이 구체적 내역 자료와 함께 관련자 실명까지 공개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일단 청와대의 도덕성과 신뢰에 치명타를 가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신속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심 의원측의 비인가자료 구입의 부당성과 불법성을 강조하며 법적 조처를 취했다. 공개된 업무추진비의 비정상적인 지출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심 의원이 청와대 참모진의 회의비 부당 수령을 문제삼으며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윤건영 상황실장은 모두 21차례 315만 원의 회의참석 수당을, 송인배 정무비서관(21차례·315만 원), 백원우 민정비서관(5차례·75만 원),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2차례·30만 원), 김봉준 인사비서관 등이 거론됐다.

심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이 마땅히 참석해야 할 자신들의 직무관련 내부회의에 참석하고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회의비를 예산지침을 위반해 가며 부당수령한 것은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라고 비난했다. 심의원은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의 윤리성을 겨냥했다.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은 즉각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이 수령한 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식 임용 전에 받은 정책 자문료”라며 “청와대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넘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청와대 입장에서는 당장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없어 해당분야 민간인 전문가로 정책 자문단을 구성하고 자문 횟수에 따라 규정대로 정식 자문료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인수위가 없었기 때문에 관련규정에 따라 민간 전문가에게 자문료를 지급한 것까지 실명을 거론하며 도덕불감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심 의원이 청와대 도덕성을 공격하는 행위를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의 범주에서 봐주고 싶지만 세 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심재철 의원의 사무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항의 방문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먼저 자료 입수 과정의 정당성이다. 그는 우연히 자료를 입수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47만여건이나 되는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그것도 적어도 다섯 차례의 과정을 거쳐야 접근할 수 있는 비인가 자료를 ‘우연히’ 입수했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자료 입수 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행정부의 국정 난맥상이나 도덕적 해이가 확실하다면 이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은 맞다. 그는 자료 입수 과정의 논란을 막기 위해 과연 어떤 확인 절차를 밟았는가.

두 번째는 업무추진비나 회의비 등이 정상적으로 지출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국회의원은 얼마든지 추가 자료요청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료 공개 이전에 상대측에 최소한의 해명이나 반론 기회를 준 뒤에 납득할 수 없다면 그때 공개하고, 문제 삼아도 된다.

그동안 업무추진비는 자주 논란이 됐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자치단체장 등은 정보공개법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심 의원이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언론에 개인의 실명까지 공개한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넘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세 번째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던 ‘국회 특수활동비’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윤리적 기준을 정립했던가에 대한 의문이다.

참여연대가 2015년에 소송을 통해 제기한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를 요구했지만 국회는 철저하게 침묵했다. 소송 끝에 2018년 7월 처음으로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이 공개됐을 때 국민은 경악했고 국회의원들은 변명과 발뺌, 부인으로 일관했다.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없애야 한다고 시민단체가 주장할 때 여야는 일부 존속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이를 ‘협치’라고 둘러댔다.

국회가 특수활동비를 부도덕하고 불법적으로 쌈짓돈처럼 무분별하게 지출했기 때문에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제 눈에 대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보는 식’으로는 설득력도 신뢰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입법부의 정당한 감시로 보이기보다 의문투성이의 자료 구입으로 정치적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도 차제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주요 자료가 유출될 수 있었는지 점검부터 해야 한다. 또한 논란이 된 업무추진비와 회의비 등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자원해서라도 의혹을 분명하게 해소해야 한다.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야당보다 촛불 민심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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