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리허설에서도 빛나는 ‘노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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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비주얼과 탄탄한 실력으로 스태프 눈길도 사로잡아... 파격적인 아이돌의 등장도 기대

[PD저널=허항 MBC PD(<쇼! 음악중심>연출)] 드라이 리허설에서 박수를 받는 가수가 진짜 실력있는 가수라는 말이 있다. 오디오, 조명, 무대세트, 그 무엇도 완성되지 않은 날 것의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해보는 과정인 ‘드라이 리허설’에서 박수가 터졌다는 것은, 아무 연출적 꾸밈없이도 가수 자체가 독보적으로 빛난다는 뜻이다.

<쇼! 음악중심> 조연출 시절의 어느 날, 스태프의 일동 박수를 이끌어냈던 두 팀이 아직도 기억난다. 한 명은 이미 월드스타로 도약한 싸이였고, 의외의(?) 한 팀은 당시 신인그룹이었던 노라조였다.

노라조는 소위 ‘엽기’ 혹은 ‘코믹’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남성 듀오로, 벌써 13년차에 접어든 중견 그룹이다. ‘슈퍼맨’, ‘고등어’ 등의 히트곡들도 보유하고 있다. 슈퍼맨을 부를 때는 슈퍼맨 복장, 고등어를 부를 때는 수산시장에서 볼 법한 복장을 하고 나오는 등 ‘보는 즐거움’을 한껏 더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리더 조빈의 삼각김밥 머리와 쫄바지는 ‘노라조’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 이미지이기도 하다.

▲ 지난달 22일 MBC <쇼! 음악중심> 노라조 무대 화면 갈무리.

그 노라조가 이번에도 음악방송 무대를 후끈 달구고 갔다. ‘사이다’라는 신나는 여름 곡으로 지난주에 활동을 마무리했는데, 조빈은 사이다병 모양의 머리와 초록색 비닐옷을 착장, 인간 사이다가 되어 무대에 올랐다. 역시 3분 15초 동안 눈을 못 떼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런 외향만이 전부였다면, 13년간이나 노라조라는 네임밸류를 유지해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노라조에게는 탄탄한 보컬 실력이 있다. 물론 복면가왕의 ‘가왕급’으로도 언급되곤 하는 전 멤버 이혁의 탈퇴가 아쉽긴 하지만, 강렬한 락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조빈의 시원한 고음, 새 멤버 원흠의 안정적인 보컬이, 이들이 비주얼 그룹이기 이전에 훌륭한 라이브 가수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 실력 위에 과감하게 세팅된 비주얼은, 이번에도 드라이 리허설에서부터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연출자 입장에서도, 이런 ‘넘사벽 개성’의 노라조가 큐시트 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쇼! 음악중심>이 한결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 (‘방탄 무대 보려고 기다리다가 노라조 무대에 중독돼서 계속 보는 중’이라는 어느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의 댓글이 기억난다.)

해마다, 아니 매주, 새로운 아이돌 가수들이 데뷔한다. 이제 아이돌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신인들도 신인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된 보컬과 댄스 실력을 연마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다 어디서 온 것인지, 예쁘고 귀여운 비주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쉬운 것은 ‘개성’이다. 새로운 팀은 많지만, 정말 ‘새롭다’고 느껴진 팀을 만나기는 참 어렵다. 신인 걸그룹은 청순 콘셉트, 신인 보이그룹은 강렬한 콘셉트를 내세워, 인원 수도 비슷하고 곡의 느낌이나 비주얼세팅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시청자들도 음악방송 보는 재미를 예전보다 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음악중심 봤는데 다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댓글은 거의 매주 올라온다. 물론 조금만 더 자세히 보면 각 그룹의 특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확연히 드러나기엔 음악방송 3분짜리 무대는 너무도 짧다. 아이돌에 생소한 시청자들이 그런 댓글을 다는 것이 일견 이해가 된다.

데뷔하기까지 엄청난 피땀을 흘렸을 신인 아이돌들이, 그 노고 위에 본인들만의 개성을 더 얹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새삼 커져가는 요즘이다. 청순한 걸그룹이 있다면, 걸크러쉬가 돋보이는 걸그룹도 많이 눈에 띄었으면 좋겠고 때로는 기존 아이돌이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을 과감히 들고 나오는 아이돌도 있었으면 좋겠다. 노라조처럼 파격적인 콘셉트의 신인 그룹이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독보적인 개성을 장착하고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병맛’이라는 악플을 쏟아질 수도 있고, 보수적인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다수와는 다른 무언가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건 어느 분야에서나 큰 용기가 수반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음악방송 연출자 입장에서는, ‘이들은 누구지? 새로운데?’하며 드라이 리허설 때부터 자세를 고쳐 앉고 보게 되는 팀이 더 자주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런 팀이 나오면 소파에 누워있던 시청자들도 분명 자세를 고쳐 앉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점점 옅어져가는 ‘음악방송 보는 재미’를 다시 일깨워줄 가수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이번 주 드라이 리허설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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