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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아본 벤쿠버, 하루의 풍경

[Discover the World!②] 김태경 평화방송 PDl승인2018.10.01 18: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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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잠 대신 자전거를 타고 벤쿠버 시내를 둘러보는 중. ⓒ김태경 PD

[PD저널=김태경 평화방송 PD]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소문난 밴쿠버에서의 한 달 살기는 과연 어떨까? 아내의 해외연수로 잠시 살게 된 밴쿠버는 캐나다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동네다. 다행히 에어비앤비를 통해 만난 메리와의 인연으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가 가능했다. 

침대 속에서 뒤척이며 이리저리 뒹군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 설렘이 있는 아침이다.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는 주방에 잠시 멈춰서 창밖의 공기를 바라본다. 이럴 때 커피향이 그리워진다. 그 때 마침 메리가 아침을 시작하며 묻는다. “Good Morning! Do you want some coffee?" 천천히 커피를 내려준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어색하다. 학생으로 돌아간 아내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과일까지 먹는 여유도 부려본다. 누군가를 챙겨주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아내의 손을 잡고 나무가 우거진 동네를 몇 발작 걸어가면 학교로 가는 버스정류장 있다. 시키지도 않은 배웅까지 자처한다.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아내는 학생으로, 나는 가정주부로 역할놀이가 시작된다. 다르게 살아 보는 건 참 달콤하다.

▲ 학생으로 돌아간 아내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여유도 부려본다. ⓒ김태경 PD

늦잠 대신 자전거 페달을 밟고 시원한 공기 속으로 온몸을 내 던진다. 길 양쪽에 늘어선 2층 집들 사이로 푸른 나무가 빽빽하다. 영화에서 본 모습이다. 천천히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공원 입구에 다다른다. 상쾌함을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안개가 자욱할 정도로 깊숙해 길을 잃어버릴 정도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거대한 나무들 사이를 뚫고 나오니 이번에는 넓은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따라 잘 정비된 길을 달리다보면 도심을 만난다. 평소 일상이라면 출퇴근에 보냈을 아침 한 시간이 여기서는 산과 바다와 도심을 한꺼번에 여행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녹색 향기가 내 온몸에 스며들었다.

자전거로 너무 멀리 이동했다 싶을 때는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버스 앞에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나로 인해 버스 출발이 지연될까봐 서둘러 자전거를 안착시킨다.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나 혼자, 버스에 있는 밴쿠버 사람들은 서두르는 내 모습을 보며 오히려 미소를 지어준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여기선 모두가 천천히 살아가기 때문에 빨리 가지 않는다고 재촉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뒤처지지도 않는다. 따사로운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주변에 관심을 갖는 여유가 생길 뿐이다. 승객들은 버스 운전기사와 일상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버스에서 내릴 때는 ‘Thank you'를 외치며 기사님과 인사를 나눈다. 오늘은 나도 큰 용기를 내서 버스가 정차하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소심하게 인사를 건넨다.’Thank you'. 괜히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본다. 햇살이 참 좋다.

"삐그덕." 한참을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익숙하게 들리는 소리다. 캐나다는 목재가 풍부해서 나무로 지어진 집이 많다. 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서 소리가 난다. 이것은 누군가가 집에 있다는 정겨운 인사다. 주인아주머니는 ‘삐그덕’ 소리를 듣고 2층 방에서 내려와 가볍게 인사한다.

“혹시 초코 아이스크림 먹어볼래?” 진한 아이스크림이 녹는 시간동안 자연스레 서로가 어떤 하루를 보냈고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마음을 나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엄마에게 시시콜콜 하루 일과를 다 털어놓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눈을 바라보고 경청해준다.

어설픈 영어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마음에서 올라오는 생각을 입으로 뱉어 내기만 하면 딱 하고 알아준다. 복잡하게 마음을 머리까지 가져가서 계산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가 내 삶에 관심을 갖고 그 삶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짐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 나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행복으로 다가온다. “삐그덕, 삐그덕” 누군가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설렘의 소리다.

당분간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눈에 생기가 돌면서 내일이 기다려진다. 또 어떤 특별한 일상과 우리가 존재할지가 궁금하다. 하루를 온전히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살아본 것이 과연 얼마만인가. 지금 이 순간이 참 뜨겁다.   


김태경 평화방송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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