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에 표준근로계약서 요구했더니 3일 뒤에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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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에 표준근로계약서 요구했더니 3일 뒤에 잘렸다"
방송 스태프 국회 증언대회, "실효성 있는 대책 내놔야"...유관부처 관계자들 "노사정협의체'에 긍정적 답변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10.0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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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2시 열린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조합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련 부처 담당자가 참석했다 ⓒPD저널

[PD저널=김혜인 기자] 정부가 방송업계의 장시간 노동,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방송 제작 스태프들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이하 방송스태프지부)가 공동 주최한 '방송 스태프 증언대회'에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조명 스태프 대표로 증언한 한 스태프는 “제작사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요구하자 3일 후에 잘렸다”며 “스태프들이 개별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해도 법제화되어있지 않으니 제작사 측에서는 들어주지 않는다”며 표준근로계약 의무화를 촉구했다.

방송스태프지부 그립(특수장비)분과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은 계도기간이라 방송 제작 현장에선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문체부나 정부 부처에서 사무실에서 회의만 하지 말고 현장에 나와서 실제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해 권고하고 있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제작사들이 실제 계약할때 사용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제작사들이 사용자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표준근로계약서 대신 표준위탁계약서를 주로 쓴다고 한다. 스태프들은 “제작사협회는 문체부 지침인 표준계약서를 참조해서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팀장급 스태프를 사용자로 판단한 근로감독 결과를 두고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사무국장은 “CJ ENM과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에서 스태프들과 개별 계약을 맺겠다고 하는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턴키계약에 따른 위장도급을 인정하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스태프들은 표준근로계약서 적용 확대와 정부 제작지원 사업에 노동인권 보호 항목 추가 등을 요구했다. 

관계부처 관계자들은 방송 제작 관행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양한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국장은 “현실적으로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이를 변명으로 일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작 관행을 어떻게 하면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 일괄 적용’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으나 표준계약서에 구체적인 항목을 추가해 적용 범위를 넓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관부처 관계자들은 스태프들이 요구한 노사정협의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사나 제작사의 개별적인 개선 노력으로는 방송제작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꿀 수 없다며 방송사와 정부측에 노사정협의체 참여를 제안했다. (관련기사 : 방송노동자들, 제작환경 개선 '노사정 협의체' 구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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