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방송, 용어 사용부터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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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센터 개소한 KBS 'KBS와 페미니즘' 포럼...이윤상 센터장 "성평등 조직문화 정착에 노력"

[PD저널=김혜인 기자]

“평소 KBS <1박 2일>을 재밌게 보는데 프로그램에서 가수 데프콘은 ‘돼프콘’(돼지+데프콘)‘이란 캐릭터로 놀림의 대상이 된다. 프로그램 전체로 보면 캐릭터나 용어 사용을 문제 삼는 게 사소해보일 수 있지만 미디어가 사회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용어 사용은 사소하지 않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최근 성평등센터를 공식 개소한 KBS가 마련한 ‘KBS와 페미니즘’ 포럼에서 성평등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5일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서 백미숙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가 다른 방송사와 비교해 페미니즘 이슈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백미숙 교수는 “2015년 소라넷을 다룬 적이 있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18년 ‘웹하드 카르텔’을 조명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KBS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S 프로그램의 출연자 성비 불균형도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 

지난 5월 21일부터 2주간 김수아 교수팀이 지상파·종편 방송을 분석한 결과 KBS는 다른 방송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연자 성비가 한쪽으로 쏠려있었다. 

▲ <방송프로그램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 예능 및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동후, 이설희, 황경아

이 기간 동안 KBS 예능 프로그램 여성 출연자는 54명으로 남성 출연자(142명)보다훨씬 적었다. 여성 출연자 연령층은 20~30대가 가장 많았는데, 김수아 교수는 “일반인 게스트로 주로 20대 여성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부를 타깃으로 한 생활 정보 프로그램의 경우, 여성 전문가들이 나오면 MC가 외모와 관련된 언급을 빼놓지 않고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이신데 아름답기까지 하다”, “오늘 옷이 예쁘다” 등 일상적인 옷과 외모에 대한 평가가 외모지상주의를 고착시킨다는 것이다. 

성평등 방송을 위해 다양한 제언이 이어졌다.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출연자들의 옷차림, 외모 관련된 언급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만들어져야 한다. 징계 규정도 만들어야 제작자들이 자연스럽게 젠더적인 부분을 신경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전문가들의 출연이 늘면 ‘스컬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스컬리 효과’는 미국 인기 드라마 ‘X-파일’에 의사 출신 FBI 요원이 등장한 뒤 실제 이공계열 전문직 여성이 늘어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김수아 교수는 “미국도 이공계 여성 전문가가 남성에 비해 훨씬 적었는데 ‘스컬리 효과’로 이공계 여성 전문가가 늘어났다. BBC도 어린이 프로그램 MC를 팔이 없는 장애인에게 맡겨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며 “공영방송인 KBS가 이런 역할을 선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의 성평등 지수를 높이기 위한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지만 정작 이를 듣는 KBS 관계자는 10여명에 불과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이강택 KBS 방송문화연구소장은  “평소에 포럼을 열면 남성 참석자들이 대다수인데다, 빈 자리도 거의 없다. 오늘의 포럼장의 모습이 KBS가 페미니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을 역임하고 지난달 말 KBS 성평등센터장에 임명된 이윤상 센터장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KBS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며 “앞으로 KBS에 성평등, 인권 친화적, 탈권위적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왼쪽) KBS2TV <생생정보> 2018년 5월 28일 방송분, <무엇이든물어보세요> 2018년5월 28일 방송분 ⓒ <방송프로그램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 예능 및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동후, 이설희, 황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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