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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대책 비웃는 ‘가짜뉴스’

‘가짜뉴스 대책’ 연기로 드러난 방통위의 안일함...오보와 분리 대응해야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10.12 19: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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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도에게 자율규제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가짜뉴스를 의도적, 조직적으로 만들고 유통시키는 범법자들을 상대로 자율규제에 맡기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직무를 유기하고 강도들의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법무부, 교육부 등이 준비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발표가 청와대의 제동으로 연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허위조작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가 마련한 대책의 핵심은 △허위정보 관련 특별단속 강화 △사업자 자율규제 기반 조성 △온라인 모니터 담당관제 운영 △팩트체크 지원 및 활성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으로 실제로 달라진 내용은 없고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방통위가 오랫동안 준비한 가짜뉴스 근절 방안은 접근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가짜뉴스와 오보를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동일선상에 두고 논리를 전개, 표현의 자유 영역을 지나치게 경계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와 오보는 잘못된 정보제공이라는 점에선 똑같다. 가짜뉴스와 오보를 정확히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저널리즘 전공자나 언론인들까지 가짜뉴스와 오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가짜뉴스 혹은 허위날조정보가 오보와 다른 점을 꼽으려고 하면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 예정이었던 방통위의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발표' 가 연기돼 기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시스

첫 번째, 가짜뉴스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의도적으로 조작된다. 사실과 허위 주장을 교묘하게 조합해 진짜로 둔갑시킨다. 오보는 의도성이 배제된다. 잘못된 취재나 판단, 실수에 의한 것일 뿐이다.

또 가짜뉴스는 뉴스라는 이름만 달았을 뿐 뉴스의 영역이 아니고 조작과 날조의 결과물로 일종의 사기술의 종속물이다. 날조는 국민기만용으로 법적 처벌 대상이다. 오보는 저널리즘의 한 영역으로 불가피성, 정상성이 항상 참작되며 법적보호의 테두리 안에 존재한다.

세 번째로, 가짜뉴스는 탄생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로 정치적 목적이나 혐오, 낙인찍기 등 분명한 타깃이 정해져있다. 오보도 때론 위험한 목적을 지향할 수 있으나 보편적으로 그렇진 않다.

가짜뉴스는 간단한 사실관계를 확인 안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 악용한다. 오보도 때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나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상적인 저널리즘이 작동됐다면 조작까지는 하지 않는다.

다섯 번째, 가짜뉴스는 숨은 배후가 존재하며, 오보는 배후라기보다는 정치적 목적, 상업적 이익이나 부실한 취재, 특종 과욕 등 부실한 검증장치 부재가 있을 뿐이다.

가짜뉴스에는 '밀실(secret room)'이 존재해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지 밝히기가 쉽지 않다. 보도는 '수문장 (gatekeeping)'이 존재해 오보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가 있지만 그것이 부실하거나 생략되는 바람에 가짜뉴스로 오해받을 수는 있다.

또 형법, 민법에서 오보를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비록 오보로 밝혀지더라도 진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과 대법원 판례 등으로 법적 보호 영역 안에 있다. 그러나 허위날조 정보는 이런 법적보호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정의 여부에도 차이가 있다. 가짜뉴스에는 정정이 없다. 공신력있는 언론사는 가짜뉴스를 함부로 인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는다. 오보는 그것이 오보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타미디어에서 인용도 하고 전파도 한다. 오보는 사실이 밝혀질 때는 어떤 형태로든 정정하는 편이다.

가짜뉴스에는 우연은 없다. 우연히 혹은 풍자 형태로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바로 알게 되고 주변을 크게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보는 필연이다. 저널리스트는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으며 어렵사리 취재한 불완전한 내용을 토대로 완전한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비약도 과장도 추측도 한다. 필연적으로 오보의 요소가 따르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권리’에 가짜뉴스나 허위날조 정보는 해당 사항이 없다. 뉴스와 논평은 비록 부정확한 내용을 포함하더라도 이를 ‘알권리’차원에 포함시킨다. 가짜뉴스도 부정확한 보도이고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알권리 차원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짜뉴스 생산자들 혹은 동조자들이거나 오보와 가짜뉴스 구분을 못하는 위정자들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짜뉴스의 무대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온갖 혐오 발언과 가짜정보가 유통되는데, 우리나라 미디어 소비자들 절대 다수가 여기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영향력 면에서 오보의 심각성과 파급력은 가짜뉴스의 ‘새발에 피’다.

이런 현상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일반화된 현상이다. 여기에 발 빠르게 대응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2017년 ‘소셜네트워크내 법 시행 개선을 위한 법’을 제정해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소셜네트웍서비스 공간에 적용했다. 우리나라에는 ‘가짜뉴스방지법’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일정 규모 이상의 소셜네트워크 업체가 혐오‧차별 발언, 테러 선동, 허위정보, 아동 및 미성년자 포르노 등의 불법 게시물을 차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온상지가 된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게시물이 주된 타깃이다.

이용자들이 신고하거나 자체적으로 발견한 문제 콘텐츠를 24시간 이내에 접근을 차단하도록 했고 위반행위 검증시 7일 이내 삭제하도록 명문화했다. 사업자가 이를 위반했을 경우 최대 5천만 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사업자는 이런 내용을 6개월마다 모니터링 및 조치 결과를 당국에 보고한다.

방통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벌금의 액수와 6개월마다 모니터링과 조치결과 보고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독일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지만 혐오발언이나 가짜뉴스가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여론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가리는 범법행위, 그 범법행위 방치한 사업체에 대해서는 누구든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이용자들로부터 게시물 21만 5천 건에 대해 법위반 신고를 받았다고 독일당국에 신고했다. 이중 27%인 5만 8천 건은 차단 등의 조처를 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1천 704건의 신고를 받고 362건에 대해 삭제등의 조처를 취했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 규제의 무풍지대인 우리나라에서 큰 돈을 벌어들이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대해 독일 수준의 요구를 하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 선제적 조치를 미적거리는 담당부처의 안일함, 무책임함이 답답할 뿐이다.

사기와 기만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며 돈도 버는 가짜뉴스 생산자와 유통자들에게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 법적 책임을 제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 아닌 ‘국민의 알권리 보호’ 영역이다.

가짜뉴스 혹은 허위날조 정보를 오보와 분리 대응하는 것은 언론을 보호하고 언론의 신뢰와 정부의 믿음을 동시에 높이는 방통위의 책무이다. 가짜뉴스와 오보의 구분이 어렵고 정부가 판단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식의 지적은 경청할 필요가 있지만 민간 독립 전문가 집단에 맡기면 큰 문제가 없다.

언론사의 자율규제 장치도 필요하지만 이제 법적 제재의 근거를 마련하는 건 불가피하다. 방통위의 분발을 기대한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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